[오늘의 설교] 기다림의 사람들
입력 2013-12-31 01:31
누가복음 2장 25∼30절
인생은 기다림입니다. 기다림으로 우린 서로를 만납니다. 기다림으로 생명이 태어납니다. 기다림으로 자라나고, 기다림으로 성숙하고, 기다림으로 드디어 사람이 됩니다. 기다림으로 인생의 꽃이 피고, 기다림으로 인생의 열매를 맺고, 기다림으로 인생의 길이 열리고, 기다림으로 새로운 세계에 나아갑니다. 인생에 기다림이 없다면 살아있으나 죽은 것입니다. 인생은 기다리며 사는 것입니다.
기독교는 기다림의 신앙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기다립니다. 주의 약속을 믿고 기다립니다. 그리스도 예수께서 나의 주로 임하심을 기다립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기다림의 대가(大家)들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기다릴 수 없는 중에 25년을 기다려 100세에 아들을 얻었습니다. 요셉은 어둠의 감옥 속에서 13년을 기다려 애굽의 총리로 세워졌습니다. 모세는 왕궁에서 40년, 광야에서 40년을 기다려 출애굽의 리더로 부름 받았습니다. 욥, 다윗, 다니엘, 이사야, 느헤미야, 하박국, 사도 요한, 바울 등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모두 기다릴 수 없는 중에 기다려 쓰임받은 사람들입니다.
혹자는 기다림이 수동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약한 사람들의 체념이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급함이 인생을 망칩니다. 아브라함의 조급함이 불신의 아들 이스마엘을 낳았고, 인류 역사의 큰 불행이 되었습니다. 조급함이 언제나 교회를 망칩니다. 그래서 인생을 향한 프란츠 카프카의 지적은 우리를 돌아보게 합니다. “인간에게 큰 죄가 두 가지 있다. 조급함과 게으름이다. 다른 모든 죄도 여기서 나온다.”
기다림은 도리어 사람을 성숙케 합니다.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약 1:4) 물론 기다린다고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태도로 기다리느냐가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기다림은 믿음, 소망, 사랑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믿고, 사랑하고, 소망하기 때문에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다리면서 말씀에 뿌리를 내립니다. 기다리면서 기도합니다. 기다리면서 준비합니다. 기다리면서 실력을 쌓습니다. 기다리면서 믿음이 굳세어지고, 사랑으로 충만해집니다. 기다리면서 인품이 성숙해집니다. 기다리면서 그날이 더욱 가까이 옴을 느낍니다. 드디어 기다림이 헛되지 않아 정확한 타임 포인트에 하나님은 만나주시고, 나로 새 일을 행하게 하십니다. 본문에 시므온이라는 사람이 나옵니다. 그 역시 기다림의 사람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위로를 기다리는 자라.”(25절) 그는 나라를 빼앗기고 주권을 잃어버린 이스라엘의 위로자, 곧 그리스도가 오심을 믿고 기다렸습니다. 그는 어떤 태도로 살았습니까. 의롭고 경건한 삶이었습니다. 그는 그리스도를 만나기 위해 이미 하루하루를 그에 합당한 삶으로 채워가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무엇이 이루어지길 소원하십니까.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 우리에게 오심 이외에, 그분이 우리와 함께하심 이외에 무엇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그분을 기다리십시오. 예수 그리스도, 바로 그분이 우리의 구원이시요 전부이십니다. 혹시라도 그분의 응답이 더디어 답답하고 어려운 분도 있겠지요. 그 시간에도 하나님은 일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시므온과 같이 기다리며 그분만 바랄 때 마침내 구원을 보게 될 것입니다.
김석년 서울 서초성결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