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형 칼럼] 주여, 하늘을 가르고 강림하소서!

입력 2013-12-31 01:29


이스라엘의 패역한 상황을 목도한 이사야는 하나님께 절규한다. “원컨대 주는 하늘을 가르고 강림하시고 주 앞에서 산들이 진동하기를 불이 섶을 사르며 불이 물을 끓임 같게 하사 주의 원수들이 주의 이름을 알게 하시며 이방 나라들로 주 앞에서 떨게 하옵소서.”(이사야 64장1절) 당시의 상황을 선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다 부정한 자 같아서 우리의 의는 다 더러운 옷 같으며 우리는 다 잎사귀같이 시들므로 우리의 죄악이 바람같이 우리를 몰아가나이다.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가 없으며 스스로 분발하여 주를 붙잡는 자가 없사오니….”

주의 성읍이 광야가 되고, 이스라엘이 황폐한 상황에서 이사야는 하나님께 불만을 토로한다. “여호와여, 일이 이러하거늘 주께서 아직도 가만히 계시려 하시나이까?” 그는 이런 모든 상태를 종결짓게 하기 위해선 인간의 노력이 아닌 하나님의 비상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절박한 심정으로 말했다. “주님, 제발 하늘을 가르고 강림하셔서 이 모든 일을 정리해 주십시오.”

캐나다 피플스교회(people’s church)를 담임하고 베스트셀러 ‘구령의 열정’을 쓴 오스왈드 스미스 목사는 수없이 이사야의 절규, “원컨대 주는 하늘을 가르시고 강림하소서”를 외쳤다고 고백한다. 스미스 목사는 찰스 피니, 존 웨슬리, 이반 로버츠 등 세계적 부흥운동 주역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이나 동시대 목회자들의 사역에서 그런 위대한 역사를 보기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교회들은 하나님의 위대함을 목표로 삼지 않고 그저 무작정 운영해 나가고 있었으며 여러 사람들이 설교하고 있지만 실제로 어떤 위대한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별로 기대하지도, 꿈도 꾸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게 되었다. 사람들은 하나님을 망각하고, 구석구석 죄가 가득 찼으며, 강단의 설교는 위력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스미스 목사는 이사야 선지자와 같이 절규했다. “원컨대 주여, 하늘을 가르고 강림하소서!”

한 해가 마감이 된다. 이제 곧 2013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2013년이 지나가더라도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새해는 지난해의 연장이다. 한 해 동안 우리를 옥죄었던 문제들은 2014년에도 이어진다. 한국교회는 2013년에 많이 힘들었다. 침체를 벗어날 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종교성이 하나님 임재를 대체하면서 교회의 영적 능력이 저하됐다. 한국교회는 지금 더블딥(이중 침체)에 빠진 상태와 같다. 성장 대신 본질 회복이 새로운 캐치프레이즈가 됐지만 지금은 성장도, 본질 회복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교회가 비틀거리는 사이에 사회는 혼돈을 거듭하고 있다. 구심점은 사라졌다. 빈부의 격차 속에서 도처에서 불만의 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광기의 나라 북한에서 2014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일본의 우경화로 인해 한·중·일 세 나라의 관계 역시 일촉즉발 상황이다. 모든 것을 일순간 정리시킬 ‘주의 강림’이 필요한 때가 아닐 수 없다.

스미스 목사는 절망적 상황을 이길 수 있는 길은 오직 성령의 부으심뿐이라고 단언한다, 성령의 부으심은 기도를 통해 경험할 수 있으며 기도가 응답되기 위해선 회개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준비하면서 이사야와 스미스 목사의 간구를 다시 외쳐본다. “원컨대 주여, 하늘을 가르고 2014년 한국 땅에 강림하소서!”

이태형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