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앞바다서 유독물질 운반선 충돌…선체 구멍 나며 화재, 환경오염 우려

입력 2013-12-30 03:28

대형 화물선과 유독성 화학물질 운반선이 충돌, 최악의 환경재앙이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두 선박의 선원 91명은 무사히 구조됐다.

29일 오전 2시15분쯤 부산 태종대 남동쪽 15.2㎞ 공해상에서 시운전 중이던 바하마 국적 5만5000t급 화물선 그래비티 하이웨이호(승선원 64명)와 홍콩 국적 2만9211t급 케미컬운반선 마리타임 메이지호(승선원 27명)가 충돌했다.

부산 해경은 경비정 16척과 해군 함정, 소방정, 헬기 등을 현장으로 보내 1시간여 만에 케미컬운반선 선원 27명을 모두 무사히 구조했다. 화물선은 자체 진화돼 선원 64명을 태운 채 인근 수리조선소로 이동됐다.

불이 난 케미컬호는 이날 오후 8시30분쯤 일본 영해로 진입, 우리 해경이 일본 해상보안청에 케미컬호를 인계해 일본 해상보안청에서 화재진압을 하도록 요청했다.

이날 사고는 발화성이 높은 화학물질이 가득 실려 있던 케미컬 운반선 왼쪽 중앙 3·4번 탱크에 큰 구멍이 나면서 불이 났다. 해경은 화재가 난 3·4번 탱크의 파라자일렌 2만221t, 아크릴로나이트릴 4004t 등이 불에 타 소실됐다고 밝혔다.

파라자일렌은 합성섬유를 만드는 데 쓰는 화학물질이다. 또 아크릴로니트릴은 합성 섬유나 살충제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강한 독성을 가진 물질이다. 이들 화학물질은 노출될 경우 피부자극과 장기손상, 암 유발 등 인체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경은 해상선박의 주요 교신수단인 VHF 무선전화기로 수차례 케미컬 운반선을 호출했으나 답이 없었다는 화물선 선장의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