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돌이 묘기 연발 스페인을 홀리다… 발렌시아 유소년팀 이강인
입력 2013-12-30 02:30
페널티지역 안에서 공을 놓치지 않고 간결하게 드리블하는 발기술. 골문 어느 곳이든 빈틈을 보면 과감하게 슛을 때려 꽂아 넣는 일발필중의 골 감각.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스페인 명문 구단의 유소년 선수들도 ‘슛돌이’ 이강인(12·발렌시아)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이강인은 29일 스페인 테네리페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와의 12세 이하 국제 클럽대항전 후베닐 밍게스 토너먼트 8강전에서 후반 4분 오른발 슛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에서 스로인으로 넘겨받은 공을 몰고 골문 앞까지 돌파한 뒤 낮게 깔아 때린 강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몸을 붙여 압박한 수비수와 전진하며 슛을 견제한 골키퍼도 이강인을 막기에는 힘과 기량이 부족했다. 발렌시아는 그의 골로 강호 바르셀로나를 1대 0으로 격파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강인은 이번 대회에서 발렌시아의 연승을 이끈 돌풍의 핵이다. 그는 2007년 KBS ‘날아라 슛돌이’ 3기 유소년 팀 주장 출신으로 박지성과 ‘월드컵 골 세러머니’를 연출하는 광고를 찍기도 했다. 2011년 발렌시아와 계약한 이강인은 최근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와 잉글랜드 맨체스터시티 등 명문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백승호(16)와 이승우(15), 장결희(15·이상 바르셀로나)의 뒤를 이어 10년 뒤 한국축구의 ‘황금세대’를 완성할 유망주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 28일 독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는 그림 같은 프리킥 골로 스페인 축구계를 들썩이게 했다. 1대 0으로 앞선 후반 8분 상대 페널티지역 오른쪽 외곽 사각지대에서 왼발 프리킥으로 골문 상단 구석에 꽂아 넣는 묘기를 선보였다.
골 장면을 지켜본 스페인 대표팀의 공격수 로베르토 솔다도(28·토트넘 핫스퍼)는 트위터에 “발렌시아 유소년 팀의 등번호 10번 선수가 누구인가. 대단하다”며 비상한 관심을 드러냈다. 같은 대표팀 골키퍼 출신인 산티아고 카니자레스(44)는 “아들에게서 이강인이라고 들었다”고 리트윗하기도 했다. 스페인 유소년 축구계에서 이강인의 유명세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스페인 언론 ‘수페르데포르테’는 이강인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신문은 “경기장에서는 온통 이강인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이강인은 왕관의 보석과 같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다른 매체들도 “이강인은 정확한 프리킥을 비롯해 대회에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거나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11명 중 최고의 선수라고 말할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