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대 폭력에 30여년 정신병 시달려… 법원 “시효 지났어도 2억 배상”
입력 2013-12-30 01:35
군대에서 가혹행위를 당한 뒤 수십 년 동안 정신병에 시달린 50대 남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부장판사 강태훈)는 박모(54)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박씨에게 2억여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1980년 4월 입대한 박씨는 포병대대에 배치된 후 동작이 느리다며 선임병에게 자주 맞았다. 한 간부는 81년 봄 무렵 군홧발로 박씨의 머리와 목을 마구 찼다. 박씨는 이후 말을 못하는 이상증세를 보였고, 조울증, 다중인격장애, 간질 진단을 받았다. 같은 해 9월 의병 전역한 박씨는 정신분열 진단도 받았고, 수차례 병원과 요양원을 전전했다. 일상생활을 전혀 하지 못했던 박씨는 89년부터 지금까지 병원 정신과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박씨는 “얼차려와 구타 때문에 30여년 넘게 정신병을 앓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박씨가 군대에서 겪은 가혹행위와 정신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구타 때문에 박씨가 뇌에 손상을 입었고, 정신병으로 이어졌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정부 측은 “손해배상 시효가 지나 국가는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법상 국가 배상을 받으려면 불법행위를 당한 후 5년 안에 소송을 내야 하는데 박씨는 전역한 지 30년이 지나 청구권이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법원은 박씨가 정신병 증세 때문에 소송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봤다. 또 군대 사고를 방지할 책임이 있는 국가가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배상을 하지 않는 것은 신뢰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국가가 박씨에게 충실한 배상을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