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잃고도 ‘기적의 45분 비행’ 한국전 참전 美 파일럿 별세

입력 2013-12-30 01:27

미국 해군 소속 파일럿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케네스 셰크터가 별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미군 전투기 조종사들의 6·25전쟁 활약상을 그린 영화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하다. 향년 83세.

WP는 셰크터가 전립선암으로 지난 11일 캘리포니아주(州) 페어필드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뉴욕에서 태어나 주로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란 셰크터는 캘리포니아대 재학 중 6·25전쟁에 참전해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3월 22일 철도·도로 폭격 임무를 띠고 비행하던 중 적군의 포격으로 자신이 조종하던 ‘스카이레이더’ 전투기의 파편이 튀는 바람에 얼굴이 피범벅이되면서 앞을 볼 수 없게 됐다. 함께 편대 비행을 하던 동료 하워드 테이어의 도움으로 무려 45분간 앞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조종을 계속했고 다행히 비상착륙에 성공했지만 오른쪽 눈의 시력을 영원히 잃었다.

당시 셰크터의 ‘기적의 비행’은 6·25전쟁 직후인 1954년 제작된 ‘멘 오브 더 파이팅 레이디(Men of the Fighting Lady)’라는 제목의 할리우드 영화로 유명해졌다. 존 웨인 주연의 영화 ‘지상 최대의 작전’의 공동감독이었던 앤드루 마튼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에서 배우들은 셰크터와 당시 전우들의 실명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이들을 영웅으로 묘사했다.

셰크터는 이후 스탠퍼드대에서 학사,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1995년에는 6·25전쟁에서의 용맹한 활약을 인정받아 공군수훈십자훈장(DFC)을 받았다.

WP는 “셰크터는 6·25전쟁 이후 활발한 사회활동을 했지만 그의 인생은 22세 때 한국 상공에서 벌어졌던 전투 임무에서 달라졌다”면서 당시 착륙 상황을 상세하게 전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