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사참배 파문] 야스쿠니, 군국주의 망령이 여전히 꿈틀거린다

입력 2013-12-30 01:35


야스쿠니 신사는 이름과 실제가 전혀 부합하지 않는 곳이다. 야스쿠니는 ‘평화로운 나라(靖國)’란 뜻이지만 이곳엔 침략의 과거사를 ‘화려했던 역사’로 믿고 싶어 하는 극우의 망상이 투영돼 있다. 군국주의 망령은 신사 입구의 위압적인 청동 도리이(鳥居·기둥 문)에서부터 경내 정원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유슈칸(遊就館)에 이르면 야스쿠니의 성격이 보다 분명해진다. 신사 홍보관인 이곳은 가히 침략사 박물관이라 할 만하다. 전시물들은 온통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거나 예찬하는 것들뿐이다. 안내소에 비치된 한글 안내문에는 버젓이 “이곳에선 신사가 모시고 있는 영령들의 진실된 마음과 업적을 전하고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유슈칸 앞마당에는 군견과 군마, 전서구의 위령상까지 세워져 있어 전쟁 피해국 희생자들의 위령비 하나 세우지 않은 전범국가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용사로 미화된 가미카제(神風) 자살 특공대원의 동상까지 들여놓고, 극동국제군사재판 당시 전범들에게 유일하게 전원 무죄 주장을 펼친 인도인 판사의 기념비까지 세워놓았다. 홍보관 1층 로비에 보란 듯이 전시한 실물 크기 ‘제로센’ 전투기는 최근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고 있다. 전쟁 당시 일본군의 주력기였던 함상 전투기다.

도조 히데키(東條英機)를 비롯해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의 위패가 은근슬쩍 합사된 야스쿠니엔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 속에서도 연말을 맞아 방문객들이 부쩍 늘어났다. 일본인들은 신사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거나 애써 무시하며 찾아온다. 침략의 과거사는 망각과 부정의 음습한 그늘 아래 숨어 독버섯처럼 다시 자라나고 있다.

도쿄=사진·글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