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대통령도 피할 수 없는 악성댓글

입력 2013-12-30 01:37


박근혜 대통령이 악성 댓글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차원에서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성을 비하하는 욕설까지 차마 입에 담기조차 힘든 글이 난무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올렸던 글에는 29일 현재 3300여개의 댓글이 남아 있다. 철도노조 파업 사태 이후 폭증한 댓글은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다며 대부분 박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내용들이었다. 해당 글은 장래희망이 대통령이라는 한 어린이가 보낸 편지를 소개한 것이지만 가장 최근에 박 대통령이 남긴 글이라서 주요 공격 대상이 됐다. 심지어 편지를 쓴 어린이를 비난하는 댓글도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이후 박 대통령 지지자들도 경쟁적으로 댓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주로 박 대통령을 응원하는 내용이지만 대통령을 비난하는 누리꾼들을 ‘빨갱이’라고 공격하면서 또 다른 비난 댓글의 빌미를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은 평소 댓글을 꼼꼼하게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올 한 해는 여러 의미에서 댓글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진저리가 난다”고 말했다. 국가기관의 정치 댓글로 정권 초반부터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악성 댓글까지 계속 이어지자 속병을 앓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또 악성 루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여의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건강이 악화됐다는 소문 등이 나돌고 있다. 김 실장은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청와대는 정권에 악의를 품은 세력들이 ‘정권 흔들기’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소문을 만들어 퍼뜨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