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고삐 풀린 아베 망동 막으려면… 미국을 움직여라
입력 2013-12-30 02:27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기로 일본의 우경화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선 ‘미국을 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강력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한·미·일 3각 안보 공조를 토대로 동북아시아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계속 키워나가려 한다. 미국 입장에서도 아시아에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이 성공하려면 한·일 양국 간 협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등 주변국을 자극하는 일본의 우경화 바람은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인식을 미국이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본의 우경화에 제동을 걸면서 그동안 다소 소원했던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화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일본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과 전략적 이해관계가 깊은 미국도 강도 높게 대일(對日) 압력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주변국들에 상처를 줬던 과거 군국주의 역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 없이 군사대국화, 우경화를 추구한다면 한·미·일 3각 공조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일본이 자제하도록 미국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국립외교원 조양현 교수는 29일 “정부는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해 일관되고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미국에는 일본의 우경화가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설득해 일본 우경화를 헤징(위험회피)해 나가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일본이 역내에서 건전한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는 개입 전략도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안보 전문가도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인 한국과 일본이 서로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미국에 커다란 마이너스 요인이고, 미국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며 “미국이 강력하게 일본에 압력을 행사하도록 우리가 적극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 역시 아베 총리의 우경화 행보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된 점을 고려, 국제사회를 통해 일본을 우회 압박하는 수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한·일 관계 악화의 책임은 한국 정부에도 있는 것 아니냐’는 미국 입장도 아베 총리의 도발 이후 다시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이처럼 국제사회, 특히 미국을 통해 일본을 우회 압박해야 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게 일본 우익 인사들의 망언과 망동을 적극적으로 제어할 마땅한 대응책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 정서를 반영한다면 비난 수위를 더욱 높여야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처한 국제정치적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일본에 대한 대응이 수사적 표현에 그치고 가시적인 대책이 나오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경고와 반발에도 일본은 해마다 영토 및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 망언과 도발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도 “현실적으로 우리가 일본에 대해 확실한 레버리지(지렛대)를 갖고 있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