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생명보다 돈 ‘사무장 병원’ 급증… 2013년 205곳 적발 5년새 29배
입력 2013-12-30 01:56
환자의 생명과 건강보다 돈벌이에 급급한 ‘사무장 병원’이 크게 늘고 있다. 사무장 병원은 비(非)의료인이 의사를 고용하거나 의사·법인 명의를 빌려 불법적으로 개설해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말한다. 수익 창출을 위해 불법·과잉 진료를 일삼거나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우려가 크다. ‘나이롱 환자’ 등 건강보험 급여 거짓·부당 청구로 건보 재정 누수를 초래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런 무자격 사무장 병원이 5년 새 29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진료로 벌어들인 진료비가 5년간 3500억원이 넘지만 환수액은 5.9%(211억2300만원)에 그치고 있다.
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사무장 병원 적발 및 환수 현황’을 보면 2009년부터 올해 11월 말까지 적발된 사무장 병원은 608곳, 건강보험 급여 부당 청구액(환수 결정 금액)은 3527억4100만원이었다. 2009년 7곳(환수 결정액 5억6270만원)에서 지난해 무려 212곳(720억원)으로 급증했고, 올 들어서도 11월 말 현재 205곳(2113억6300만원)이나 된다.
하지만 내부 고발이 아니면 사전에 적발하기 어려운 데다 ‘사후약방문’식 환수제로 인해 새나간 건보 재정을 되찾기도 힘들다. 올해 적발된 사무장 병원의 부당이익 실제 환수액은 겨우 1.2%(25억2600만원)다. 국민이 낸 건보료가 엉뚱하게 사무장들의 배를 불리는 데 쓰이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숙박형’ ‘기업형’ 등 사무장 병원 유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엔 투자자를 모집해 여러 사무장 병원을 마치 하나의 기업처럼 운영하는 새로운 형태가 적발됐다. 이들의 운영 방식은 그동안 의료 민영화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영리병원’ 행태를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의료법인의 자회사 및 인수·합병 허용’ 등 보건의료 투자 활성화 정책이 자칫 영리 추구 사무장 병원을 방치하고 오히려 활로를 터주게 되리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