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호수 살인’ 주범 10년 만에 검거
입력 2013-12-30 01:49
10년 전 정육점을 운영하던 이모(37)씨는 가게 사정이 나빠지자 직접 차를 사서 경기도 성남의 운수업체 A사에 취업하려 했다. 운수업체 관계자를 만나며 취업을 준비하던 이씨는 A사의 현금 흐름 상태가 양호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빚 독촉에 허덕이던 그는 화물차 소개업자들이 평소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닌다는 점을 노려 후배 2명과 함께 범행 계획을 세웠다.
2004년 1월 2일 오후 6시30분 A사 근처 주차장. 이씨 등은 A사 사장 부인 전모(당시 43)씨를 흉기로 찌르고 전씨 지갑에서 100만원권 자기앞수표 3장을 훔쳤다. 전씨는 사망했다. 이들은 서울 잠실동 석촌호수 인근에 전씨의 시신을 버렸다. 이른바 ‘석촌호수 살인사건’이다.
다음 날 이씨는 위조 여권으로 인천 항구에서 중국 가는 배에 올랐다.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에 도착한 뒤 한국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직접 한국 분식점을 운영했다. 국내에서 경찰에 붙잡힌 공범 2명이 각각 징역 12년과 15년형을 받고 복역하는 동안 이씨는 감시망을 피해 10년간 숨어 지냈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적색수배(체포영장이 발부된 형사 범죄자 인도를 위한 국제 체포수배 상태) 대상이었지만 한 번도 검문에 걸리지 않았다.
도망자로 10년을 보낸 이씨는 지난달 8일 중국 공안의 검문검색에 적발됐다. ‘불법 체류’ 혐의였다. 신원 확인 과정에서 적색수배 상태임이 드러난 이씨는 지난 24일 국내로 송환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강도 살인 혐의로 이씨를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