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난립 이유는] 복지부·건보공단 등 감독기능 분산 근절 역부족
입력 2013-12-30 01:49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달 중순 구성한 ‘사무장병원 대응 태스크포스’를 다음 달부터 정규 직제로 전환해 사무장 병원 근절에 나설 방침이다. 또 전국 6개 지역본부 보험사기대응팀에 사무장병원 담당 파트를 별도로 설치해 운영키로 했다.
하지만 날로 진화하는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엔 역부족이다. 사무장병원과 보험사기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제도와 시스템이 아직 갖춰지지 못했다.
미국은 법무부, 보건부, 의료보장본부(CMS) 등이 공조하는 ‘보건의료사기 전담기구’(HEAT)가 있어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을 관리하는 보건복지부, 수사권이 있는 검찰과 경찰, 진료비를 지급하는 건보공단에 감독과 단속 기능이 분산돼 있는 데다 이를 조율할 조정기구가 없다.
진료비 청구·지불 시스템 때문에 부정수급 조사를 진료 시점부터 5∼6개월 뒤에야 시작할 수 있는 점도 문제다. 그나마 법인 형태 사무장병원 개설을 허가 단계에서 차단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10월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아직도 상임위 계류 중이다.
이런 상황이어서 최근 발표된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및 인수합병 허용 정책이 불법 사무장 병원을 방치하거나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부 투자를 받고 병원에서 생긴 수익 일부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기업형 사무장병원’이 실제 적발되는 마당에 의료법인이 자회사까지 갖게 된다면 사무장병원의 탈·편법 행위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예를 들어 의료법인 사무장병원이 고용 의사를 통해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자회사 상품 구입을 환자에게 강요하거나 영리 자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도록 권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금처럼 사무장병원 규제·관리가 허술하다면 자회사와 인수합병을 통한 덩치 키우기, 부당내부자 거래 등을 통한 탈·불법 행위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복지부도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이 허용되면 사무장 병원 폐해가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지만 투자활성화를 밀어붙이는 기획재정부에 밀려 적극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작용을 막을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