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용은 늘어난다는데… 고용의 질은 글쎄?
입력 2013-12-30 02:29
정부와 연구기관들은 내년 취업자 수가 올해보다 40만∼45만명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노동 현장과 구직 전선에서 체감하는 일자리의 질은 그다지 높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근로조건이 열악한 서비스업이 고용 증가를 주도할 것으로 보이고 은퇴자 중심의 자영업 과당 경쟁은 여전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도 일자리 늘리기와 고용 유연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고용 불안이 모든 연령층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9일 “내년 취업자 수 증가폭이 올해(38만명 예상)보다 7만명 늘어난 45만명 수준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정부 전망보다는 약간 낮지만 한국개발연구원(40만명), 한국노동연구원(41만4000명) 등 국책연구기관과 우리금융경영연구소(43만명) 등 민간연구기관들은 40만명 이상의 취업자 수 증가를 예상했다. 내년에도 완만한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아래 일자리도 는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뜯어보면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기재부는 “내수 회복과 사회서비스 수요 증대 등으로 음식·숙박 등 전통 서비스업과 보건·복지업 등을 중심으로 고용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분야들은 자영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열악하다. 게다가 기재부는 “제조업, 건설업은 업황 등을 고려할 때 큰 폭의 개선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 후 인생 2모작을 꿈꾸며 창업한 자영업도 고용 증대의 효자 노릇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기재부는 “자영업 과당경쟁에 따른 구조조정 등은 은퇴한 고령층의 고용 증가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부터 55세 이상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파견 허용 업종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어서 고령자의 고용불안을 부추길 가능성도 크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늘어나는 연공급 체계를 지닌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령자들을 조기 퇴직시킨 뒤 파견 형태로 재고용하는 일이 빈번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 등의 정책이 고용 창출로 이어지기를 기대하지만 노동계는 전반적인 근로조건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장시간 초과근로가 수당으로 이어졌던 기존 임금체계 아래에선 근로시간 단축은 곧 임금 삭감을 뜻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부채감축 과정에서 인적 구조조정에 돌입할 경우 공공분야의 고용불안도 심각해질 전망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5일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자산매각이나 파업 등 정상화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사항에 대해서는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노동계는 극심한 노사 갈등에 이은 대량해고와 대체인력 모집으로 이어지는 수순이 부채감축 대상 공공기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