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국내 10대 뉴스] 정치도 경제도 불협화음… 국민은 속만 터졌다

입력 2013-12-30 01:31


(1) 北 2인자 장성택 처형… 김정은 지배체제 강화

12월 남북한을 뒤흔든 사건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고모부이자 40여년간 북한의 실질적 2인자였던 장성택 처형이었다. 대표적 온건파인 장성택이 처형됨에 따라 남북관계는 안갯속이 됐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3일 “장성택 측근인 이용하 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당 행정부 부부장이 지난 11월 말 처형됐다. 장성택 실각이 농후하다”고 발표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이후 장성택은 지난 8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반당·반혁명 종파분자’로 규정돼 자리에서 끌려 나갔다. 그리고 나흘 만인 지난 12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재판소에서 ‘국가전복음모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직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신(新)실세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북한은 김 제1비서를 ‘위대한 영도자’로 부르며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2) 국가기관 정치글·NLL 대화록 ‘대선 후폭풍’

올 한 해 한국 정치는 대선 후유증에 시달렸다. 정국 파행으로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렸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논란은 국가정보원의 정치 글에서 시작돼 국군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로 확산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사법부 판단이 나오는 대로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반드시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 등은 특검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특검 불가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으로 촉발된 사초(史草) 실종 의혹도 무의미한 정쟁이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없었다고 사실상 결론 내렸다. 친노 세력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이관하지 않았다는 책임을 지게 됐다. 승자 없는 싸움을 13개월 동안 벌였다.

(3) 지하 혁명조직 결성… 이석기 내란음모 구속

지난 8월 말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이 의원 등 진보 인사 130여명이 ‘혁명조직(RO)’이라는 지하조직을 결성하고 전시에 남한체제 전복을 위해 인명 살상과 후방 교란을 계획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진보 진영은 “국정원과 검찰의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용공조작설을 주장했다.

진보·보수 갈등과 종북 논란 끝에 국회는 지난 9월 4일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통과시켰다. 국정원은 내란음모·선동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이 의원을 구속했다. 이 의원에 대한 재판은 현재 수원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또 지난 11월 통진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 정당해산 시도는 자유당 시절인 1958년 이승만정부가 조봉암의 진보당을 강제로 없앤 뒤 55년 만이다.

(4) 朴대통령 訪美 수행 중 윤창중 성추문 파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수행하던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행으로 고소당한 희대의 사건이 발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초 미국 의회에서 영어 연설로 호평을 받고 귀국했다. 하지만 모든 관심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현지 인턴 여성을 성추행한 사건으로 쏠렸다. 도망치듯 귀국한 윤 전 대변인은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허리를 툭 친 것이 전부” “미국 문화에 대해 알지 못했다”라고 말하는 등 상식에 어긋나는 발언을 해 파문을 더 키웠다. 청와대와 윤 전 대변인 간 진실공방 양상까지 벌어지면서 이남기 홍보수석이 사퇴하게 됐고, 박 대통령은 “송구스럽다”며 취임 후 첫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임명한 1호 인사인 윤 전 대변인은 ‘밀봉인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잇달아 터졌던 인사 파동의 상징으로 꼽힌다.

(5) 채동욱 ‘찍어내기’ 논란 속 6개월 만에 낙마

박근혜정부 첫 검찰 수장인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 의혹’으로 취임 6개월 만에 낙마했다. 채 전 총장은 사상 처음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추천을 받아 총장에 오른 뒤 검찰 개혁 등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난 9월 6일 언론에 혼외자 의혹이 제기되고, 같은 달 13일 법무부 장관이 진상조사 착수를 지시하자 “단 하루라도 감찰 조사를 받으며 검찰을 지휘할 수 없다”면서 사의를 표했다. 청와대는 법무부 조사 결과가 나온 뒤인 같은 달 28일 수리했다.

혼외자 문제는 의혹 제기 초반부터 배경과 관련 정보 입수 경위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야권을 중심으로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수사 과정에서 채 전 총장이 여권 핵심부와 갈등을 빚은 것이 발단이 됐다는 이른바 ‘찍어내기’ 주장이 제기됐다. 검찰은 개인정보 불법 유출 과정에 대한 수사를 계속 하고 있다.

(6) 기초연금 후퇴 논란… 진영 복지부 장관 사퇴

정권 실세라는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초연금 정부안에 항의해 장관직을 던졌다. 후임으로는 ‘연금 전문가’라는 신임 문형표 장관이 낙점됐다.

‘모든 노인에게 월20만원’은 박근혜 정부의 최대 복지공약이었다. 노년층의 폭발적 호응을 얻은 공약이 후퇴하면서 야당 등을 중심으로 ‘공약 파기’ 논란이 벌어졌다. 정부안은 ‘소득 하위 70% 노인’으로 대상자를 선별하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최종 확정됐다. 기초연금 불씨는 국민연금으로 옮겨 붙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액을 깎는 방식이 장기가입자를 차별하고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의 토대를 흔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후 국민연금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온 주부 등 임의가입자가 줄어드는 소동도 벌어졌다. 기초연금은 내년 7월 도입이 확정됐지만 국회에 계류 중인 기초연금법은 아직 논의조차 못했다.

(7) 재벌 규제·甲乙관계 개선 등 경제민주화 시동

새 정부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였던 경제민주화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정부가 상반기 말부터 경제 살리기에 정책의 주안점을 두면서 경제민주화는 경제 활성화의 반대말로 여겨졌다. 우여곡절 끝에 재벌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신규 순환출자금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정부 원안보다 축소됐고, 중간 지주회사 설립 등 금산분리 강화 방안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제민주화의 또 다른 축은 갑의 횡포 근절이었다. 지난 5월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제품 밀어내기를 강요하면서 폭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 ‘갑을(甲乙)논란’은 사회 전 분야로 번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남양유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1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유제품·광고업·편의점업 등에 대해 전방위적인 조사에 나섰다.

(8) 전셋값 천정부지에 脫서울 ‘전세 난민’ 속출

2013년 한 해 동안 전셋값은 한 주도 쉼 없이 오르기만 했다. 한국감정원 자료 기준 주간 아파트 전셋값은 2012년 8월 마지막 주에 0.05% 오른 이후 줄곧 상승해 왔다. 전셋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은 것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매보다는 전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다 전세의 월세 전환 추세가 가속화돼 공급마저 줄어든 영향이 컸다. 낮은 전세대출 금리도 전셋값 상승에 일조했다.

전세 공급이 줄면서 서울에서 수도권 외곽으로 이주하는 ‘전세 난민’이 속출했다. 또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인 전세가율 역시 계속 올라 국민은행 자료 기준 서울 아파트의 월별 전세가율이 200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60%를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 추세가 2014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보다 상승폭은 꺾이겠지만 매매 시장의 회복이 더딘 데다 월세 전환 추세 역시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9) 원전 불량부품 사용 충격… 블랙아웃 공포 확산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불량 부품이 원전에 대거 사용된 사실이 지난 5월 28일 드러났다. 정부는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 가동을 정지하고 정비 중인 신고리 1호기의 정비 기간을 연장했다. 원전 가동 정지는 유례없는 여름 전력난 위기로 이어졌다. 각 가정에서 에어컨 사용을 줄이고 산업체가 전기 사용을 줄인 끝에 겨우 위기를 넘겼으나 언제든 전기가 끊길 수 있다는 경각심이 커졌다. 지난 10월에는 현재 짓고 있는 신고리 3·4호기에 쓰인 케이블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불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지난 9월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43명을 구속 기소하고 5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원전 관련 비리가 잇따르면서 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운영 기관인 한수원에 대한 불신이 가중됐다. 원전 중심인 에너지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10) 檢 전방위 추징금 압박에 전두환 일가 백기투항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는 지난 9월 10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자진 납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2205억원 추징금과 무기징역이 확정된 지 16년 만이다.

검찰은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에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을 구성한 뒤 전 전 대통령 직계가족 및 측근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 작업을 벌이며 압박해 왔다. 국회에서도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으로 불리는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이 통과돼 환수 시효가 2020년 10월까지 연장됐고 재산을 은닉한 제삼자에 대한 수사가 가능해졌다. 검찰은 추징금 환수 작업과 별개로 전 전 대통령의 자녀와 친족 수사를 진행했고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백기투항을 받아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도 지난 9월 4일 미납 추징금 230억원을 납부해 추징금 2628억원 전액을 완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