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노인 낙상사고 비상] 척추압박골절 치료, 부갑상선호르몬이 ‘보물’
입력 2013-12-30 01:31
연말 한파가 매섭다. 지난 27일 서울은 영하 8.9도,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파주는 영하 11.8도까지 떨어졌다. 기상청은 28일에도 충청과 호남, 수도권 일부 지역에는 눈 또는 비까지 내려 낙상 사고 위험을 키웠다고 29일 밝혔다.
어르신들의 낙상사고는 골절 부상 등으로 이어지기 일쑤여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29일 “최근 빙판길에서 부주의로 미끄러져 골절 부상을 당해 입원하는 70대 이상 노인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한 70대 이후 노인들이 뜻밖의 낙상사고를 당할 경우 가장 경계해야 할 부상은 척추와 고관절 압박골절이다. 고령의 노인에게는 낙상사고가 단순 골절 부상에만 그치지 않고 젊은이들과 달리 사고 후 뼈가 잘 붙지 않아 죽을 때까지 와병생활을 하게 되는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먼저 고관절(엉덩이뼈)이 부러지면 아파서 일어나 앉는 것이 어렵게 되고 누워서 몸을 이리저리 돌리기도 힘들어진다. 결국 사고 후 침상에서 누워만 지내다 엉덩이에 욕창이 생기고 변비, 식욕 저하로 인한 영양실조, 폐렴 등을 합병해 수개월 내 사망하는 비율이 30%에 이른다.
생존한 환자들도 부러졌던 부위가 엉뚱한 곳에 붙거나 잘 붙지 않아 다시 걷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적잖다. 이에 따라 고관절 골절 부상 환자 중 12∼20%는 낙상사고 후 한 번도 일어나 걸어보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휠체어에 의지한 채 생활하거나 누워서 지내다 사망한다는 보고가 있다.
따라서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면 가능한 한 빨리 수술을 통해 골절부위를 고정해줘야 한다. 또 노인들이 엉덩방아를 찧은 후 많이 아파하고 일어나기 어려워할 경우 즉시 고관절 골절 부상을 의심,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찾고,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통 엉덩이뼈 골절 환자들은 금속성 못과 나사 등으로 고정해서 골절 부위가 안정이 되면 통증도 사라져 바로 일어나 앉고 수일 내에 보행 훈련도 가능해지게 된다.
고관절 골절 못잖게 고령 노인들에게 고통을 안기는 척추압박골절은 외부의 강한 힘에 의해 척추 모양이 납작해진 것처럼 변형되는 경우를 말한다. 대개 허리뼈(요추)와 등뼈(흉추)가 만나는 부분에 나타난다.
주로 위에서 떨어지는 무거운 물체에 의해 척추가 충격을 받게 되거나 다이빙하듯이 추락해 길바닥에 부딪혔을 때,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을 때 충격을 받아 발생한다.
환자 중 90%는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한 고령 노인, 특히 할머니들이다. 그 이유는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뼈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칼슘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에스트로겐이 폐경과 함께 급감하면서 뼈도 급속히 푸석푸석해지기 때문이다.
척추압박골절 역시 흔들리는 뼈를 단단히 붙들어 매는 척추고정 및 골유합 수술로 치료한다. 비(非)수술요법으로는 초강력 생체 풀로 불리는 ‘골 시멘트’를 주입하는 치료법이 보편화돼 있다.
최근에는 이들 치료에 24시간 간격으로 2∼3개월간 부갑상선호르몬 주사를 병행하는 칵테일요법도 등장했다.
연세사랑병원 척추센터 박재현 박사팀은 평균 연령 72세의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 환자 68명을 부갑상선 호르몬 주사 병행 그룹과 기존의 골유합 치료만 한 그룹으로 나눠 각각 치료효과를 비교 관찰했다.
그 결과 부갑상선호르몬 주사를 병행한 환자들은 1년 후 척추 앞쪽 뼈가 정상 위치보다 약 9.6% 내려앉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의 골 시멘트 주입 등 골유합술 치료만 받은 환자들의 침강비율은 18.1%에 달했다.
척추 중간 부위 뼈도 부갑상선 호르몬 주사 치료를 병행한 환자들은 평균 약 7.4%만 주저앉았으나, 기존의 골유합술 치료만 받은 환자들은 그 비율이 평균 약 13.8%를 기록한 것으로 측정됐다.
박 박사는 “척추압박골절의 경우 치료 후 척추 앞쪽 뼈와 중간 뼈가 다시 주저앉지 말아야 통증과 구부러지는 정도가 훨씬 덜하고, 그만큼 일상생활 복귀도 빨라진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