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도문제 해결 위해 방향 정하고 대화하라
입력 2013-12-30 01:52
국익우선과 산업경쟁력 강화 위해 논의는 계속 돼야
철도파업이 22일째를 맞았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철도파업의 도화선이 된 수서발 KTX 사업 면허를 발급한 데 이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 기존 인력을 대체해 추가 충원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파업 중인 근로자의 해고를 전제로 한 방안이다. 정부의 잇따른 강경 대응으로 철도파업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야권에서 제기한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한 협상과 대안 모색도 어려워졌다.
철도노조는 문제 해결을 위해 먼저 파업을 접고 복귀해야 한다.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첫 시험대인 철도산업 개혁을 포기할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대체인력 투입과 장시간 근로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을 제거하고, 노조원들의 해고와 징계 최소화를 위해서도 파업 철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만큼 시급하다.
114년 철도 독점체제를 유지하면서 체질화된 코레일의 방만한 경영과 천문학적 적자 규모를 감안하면 철도 개혁의 당위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코레일은 누적 부채가 17조6000억원으로 하루 이자만 13억원을 물어야 한다. 2008년 7조원이던 코레일의 부채는 5년 사이 2.5배가 됐다. 매년 영업적자도 5000억원을 넘는다. 철도노조 집행부가 내건 파업 명분은 ‘철도 민영화 저지, 철도의 공공성 확보’다. 그렇지만 그 속내는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방만한 운영 실태와 주먹구구식 인사·배치 관행 등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상황을 회피하려는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정부가 파업 중인 노조와 대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정부의 경쟁체제 도입 방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과정에도 문제는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여야 간 의견접근을 통해 합의문을 준비하고 있던 27일 밤에 정부는 수서발 KTX 사업 면허를 발급했다. 정부가 면허 발급을 중단하면 조건 없이 파업을 풀겠다는 노조의 제의도 일축했다. 모든 결정을 정부가 하면서 대화는 코레일 사측과 하라고 하니 정면충돌로 치닫게 되는 것이다.
해법의 기본은 국익우선과 산업경쟁력 강화에 있다. 철밥통 때문에 공기업 개혁이 물 건너가면 안된다. 민영화나 자회사는 여러 수단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정부와 노조 간 대화는 당분간 어렵더라도 정치권과 정부는 자회사 설립 방안을 둘러싼 쟁점과 보완책을 계속 논의할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들의 과반수(54.1%)가 KTX 자회사를 민영화 수순으로 본다고 답한 것으로 나왔다. 정부는 민주당이 요구하는 민영화 방지 입법이 곤란하다고 했지만,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수서발 KTX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도 있다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수서발 KTX의 운행 시점은 2015년으로 아직 시간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아예 다시 민영화를 추진하거나 일부 학자들 의견처럼 사업부제를 통해 내부 경쟁과 경영 투명화를 추진하는 방안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도 있다. 갈등이 큰 의제일수록 사회적 합의는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