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홍하상] 덴마크의 창조경제

입력 2013-12-30 01:36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은 ‘상인의 항구’라는 뜻이다. 그만큼 상업적인 마인드가 강해서 세계적 기업과 아이디어 상품이 많다. 덴마크 여왕인 마르그레테 2세는 ‘여왕’ 외에 또 다른 직업을 하나 가지고 있다. 바로 ‘디자이너’다. 여왕 자신이 디자이너가 될 정도로 덴마크는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국가다.

그러다보니 덴마크는 로열 코펜하겐 같은 도자기와 레고 같은 뛰어난 디자인을 가진 제품이 많다. 유명 기업으로는 이들 외에 댄포스 그룹과 스피커로 유명한 뱅앤올룹슨(B&O)등이 있다. 댄포스는 에너지 효율 제품 제조에 관한 세계적인 기업이다. 폐열을 이용한 난방 시스템, 냉동 공조 부품, 모터의 속도와 토크를 제어하는 인버터 장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솔루션 제공 등이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이다. 2012년 매출은 약 7조원이며 전 세계 47개국 58개 공장에 2만3000명을 고용하고 있고, 한국에도 공장을 가지고 있다.

여왕이 디자이너인 나라

B&O는 단연 세계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는 스피커 제조 전문 회사다. 스피커이기 이전에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는 B&O 제품들은 최근 스피커뿐 아니라 LED TV와 스피커가 결합된 토털 가전에도 진출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특이한 것은 B&O 자체가 스스로 생산하는 부품은 거의 없으며 납품받은 부품을 새롭게 디자인해 구성하는 것이 B&O의 사업 영역이란 점이다. 예컨대 삼성전자로부터 42인치 LED 패널을 공급받아 B&O사 디자인을 새로 한 뒤 공급한 베오플레이 LED TV의 경우 삼성전자의 같은 사이즈 제품보다 무려 4배 이상 비싼 값으로 팔린다. 그만큼 디자인에서 앞서 있기 때문이다. B&O 직원은 수백명도 안 된다. 거의 모든 것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B&O 본사에서 일하는 직원은 디자이너와 총무, 회계 부서 정도다. 덴마크 기업의 효율성이다.

세계 당뇨병 치료제 인슐린의 50% 이상을 장악한 노보노디스크 제약, 컨테이너 화물선으로 유명한 머스크는 세계 최대 해운회사이고, 풍력발전기 생산 업체인 베스타스도 세계 1위 기업이다. 또한 한국 사람도 익히 알고 있는 칼스버그 맥주도 덴마크 기업으로 현재 세계 4위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는 기업이다. 첨단 아이디어 기업인 디푸스는 가방 겉면에 약 100개의 태양전지판을 부착, 가방 내에 설치된 이온 배터리와 연결시켜 태양열로 2W(와트)의 전력을 생산, 가방 속에 휴대전화를 넣고 다니면서 충전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실내 온실에서 재배되는 각종 식물의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한 LED 조명 기술도 개발했다. 식물을 재배할 때 밤이 되거나 날이 흐릴 경우를 대비해 LED 조명으로 식물의 성장을 촉진시키는데 이 경우 일반 전열기구를 쓸 때보다 전기 사용량이 약 40% 절약된다. 또 다른 상품으로 잔디를 자동으로 깎을 수 있는 로봇을 들 수 있다. 덴마크는 전 국민의 65%가 정원을 소유하고 있고 별장 또한 26만개가 넘는다. 정원과 별장의 잔디 깎는 것이 매우 번거롭기 때문에 잔디를 깎을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한 것이다.

강소기업의 창의적 발상 배워야

덴마크의 노르딕 페인트사가 발명한 페인트는 건물의 온도를 낮춰준다. 즉 태양열을 80%까지 반사시켜 한여름 지붕의 온도를 40% 이상 낮춰주는 것이다. 건물 온도가 이처럼 낮아지면 냉방에 필요한 전기 사용량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회사의 페인트를 사용할 경우 통상 5∼8도 온도를 낮춤으로써 전력 사용량이 줄어 이산화탄소 배출량 또한 감소한다.

덴마크는 외국에서 발명한 제품을 자신들에게 맞게 적용시키는 기술이 뛰어나고, 계층 간 격의 없는 의사소통과 아이디어의 수용이 매우 빠른 나라다. 한국이 창조경제를 하려면 덴마크,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같은 강소기업 국가의 창의적 발상을 배워야 한다.

홍하상 (논픽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