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가스펠’ 선전… 뮤지컬 ‘더 북’ 앙코르

입력 2013-12-28 01:33


여세추이(與世推移). 2013년 기독교 문화계는 새로운 문화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했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로 이름을 바꾼 서울기독교영화제가 호평받았고 영화 ‘블랙가스펠’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초청됐다. 아트리의 뮤지컬 ‘더 북’ 미와십자가교회의 창작 심리극 ‘킹 사울 더 라스트 위크’는 신선한 감동을 남겼다. 미술계는 수준 높은 대형 전시로 눈길을 끌었다.

◇영화 다작다객(多作多客)=매년 10월 열리던 서울기독교영화제는 개명하고 4월 부활절 즈음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영화제 기간 관객이 3500명에 이르렀다. 일반인의 관심까지 끌어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3월 경기도 안산에서 열린 제2회 바이블 영화제도 지역사회의 호응이 있었다. 기독교 영화가 쏟아진 한 해였다.

지난달 개봉한 ‘블랙가스펠’은 관객 4만3000명을 넘어섰다. 블랙가스펠의 기원을 탐색하는 이 영화는 양동근 정준 김유미 헤리티지 같은 유명 크리스천이 대거 출연했다. 북한 지하교회의 실상을 다룬 영화 ‘아유레디’는 1만2000명이 관람했다. 북한의 현실이라는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큰 호응이었다. 고 조태환 선교사의 이야기를 담은 ‘소명 하늘의 별’도 1만명 이상이 봤다. 일반적으로 보면 1만명이면 적은 관람객 수이지만 척박한 기독교 문화시장 풍토에서는 심리적으로 100만명 수준으로 받아들인다. 김성수 감독의 ‘뷰티풀 차일드’는 한국의 새로운 선교적 사명을 다뤘다는 평가다. 기독교 영화의 형식이 다큐멘터리에 주로 한정된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공연 ‘창작은 계속된다’=전반적인 공연 침체 속에서도 크리스천 창작자들의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문화행동 아트리의 뮤지컬 ‘더 북’은 뜨거운 호응 속에 11월에 이어 12월에도 재공연했다. 1만명 가까이 관람했다. 더 북은 오직 성경을 중심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롤라드’ 이야기다. 미와십자가교회는 ‘킹 사울 더 라스트 위크’를 선보였다. 사울의 마지막 1주일에 대한 의문이 극의 출발이다. 오동섭 담임목사의 지휘로 교인들이 직접 연출하고 연기했다. 극단 예배자는 ‘멎은 땅에도 바람은 분다’, 쏠라이트미션은 뮤지컬 ‘구원열차’를 무대에 새롭게 올렸다.

사도 바울의 일대기를 조명한 MJ컴퍼니의 뮤지컬 ‘바울’은 지난해 이어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을 이어갔다. 최무열 대표의 의지와 노력이 많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BS뮤직컴퍼니와 조이피플이 공동 제작한 창작 뮤지컬 ‘우연히 행복해지다’는 7년째 관객들을 끌고 있다.

◇미술 다작소객(多作小客)=아트미션 한국미술인선교회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등 주요 기독 미술단체는 대규모 전시를 열었다. 아트미션 정기전에는 48명이 출품했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 2개 층을 모두 대여했다. 한국미술인선교회는 서울 양재동 횃불회관 트리니티신학대학원 기념관에서 회원전을 가졌다. 50점의 작품이 나왔다.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전에는 87명이 대거 참여했다. 크리스천 아트피스트는 대형 공간인 광림교회 사회봉사관에서 50명이 작품을 선보였다.

전반적으로 수준 높은 작품이 나왔지만 홍보 부족 등으로 관객이 많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현대 미술의 문제점을 파헤친 올해 ‘크리스천 아트포럼’에는 회원뿐만 아니라 일반인까지 300명 가까이 참여자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아트포럼은 기독교 미술의 역할과 방향을 탐구하는 미술사역단체다.

◇음악 ‘그 시절 그 노래’=유명 찬양 사역자들의 컴백이 잇따랐다. 한웅재 강찬 축복의사람 페이먼트밴드 주리 박진희 등이 새 앨범을 발표했다. 친숙하게 불리는 찬송가를 다시 부르는 음반도 많았다. 박종호의 ‘Hymns’, 소풍워십의 ‘어쿠스틱 찬송가’, 나무엔의 찬송가 2집 등이다. 찬송가 앨범 발표는 향수에 젖는 최근의 문화 트렌드를 반영한다. 안정적 수요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한국기독교출판협회의 이번 달 음반 판매 집계 10위 안에는 ‘기독교인이 가장 좋아하는 찬송가 365’, 다윗과요나단의 ‘추억의 앨범’ 등이 들어 있다. CBS 라디오에서 올해 가장 많이 방송된 CCM 곡은 소리엘이 2004년 발표한 ‘야곱의 축복’이었다. ‘소원’과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뒤를 이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