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의 和戰陽動작전 뒤에 있을 도발 가능성
입력 2013-12-28 02:28
북한의 최근 며칠간 행태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남쪽을 향해 극단적 표현을 써가며 전쟁을 위협하다 갑자기 교류·협력에 무게를 두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 북한 특유의 화전양동(和戰陽動)작전 아닐까 싶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지난 24일 군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쟁은 언제 한다고 광고를 내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고 싸움준비 완성에 최대의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25일에는 대남기구인 조평통이 ‘공개질문장’을 발표, 박근혜 대통령에게 “신뢰냐 대결이냐를 최후로 선택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던 북한이 26일엔 개성공단의 상사중재위원회를 구성할 북측 명단을 통보해 왔다. 중재위는 개성공단에서 벌어지는 각종 법적 분쟁을 조정하는 기구다. 장성택 처형 후 줄곧 전쟁위협을 해온 북한이기에 중재위 명단 통보는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북의 이런 이중적 행태에 대해 우리 당국은 치밀하게 그 배경을 분석하고, 긴 안목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겠다.
단기적으로는 북의 도발을 막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게 옳다.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북한에선 군부 영향력이 한층 강화됐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고 권력 내부가 안정을 되찾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장성택 추종세력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반발이 있거나 민심이 동요할 경우 김정은이 관심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대남 도발을 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어떤 형태로든 북이 군사적으로 도발할 경우 남북관계 개선은 물 건너갈 것이기 때문에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북의 불장난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두말할 것도 없이 철통같은 응징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개성공단 활성화를 희망의 불씨로 삼아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이 작동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그걸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장성 출신들이 주도하는 청와대와 국정원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사고가 유연한 외교부와 통일부의 목소리를 함께 경청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