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업난 틈탄 자격증 사기 극성

입력 2013-12-28 01:34


극심한 취업난을 틈타 각종 민간 자격증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자격증은 돈만 내면 100% 합격하지만 기업에서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정부 단속의 실효성이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대책이 시급하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4일 가짜 자격증을 발급해주고 응시료 등 9억여원을 챙긴 일당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주부 노인 등 무려 9277명에게 국가공인을 받지 못한 ‘노인복지사’ 등의 자격증을 무더기로 발급해 응시료와 발급비를 받아 챙겼다. 민간 자격증이 ‘등록’ 자격증과 ‘공인’ 자격증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몰랐던 피해자들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등록 자격증은 2008년 시행된 ‘민간자격 등록제’를 근거로 한다. 미성년자·금치산자가 아닌 사람이 국가 자격증과 동일한 명칭을 쓰지만 않으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에 신청할 수 있다. 국민의 생명·안전과 국방에 직결되는 분야만 아니면 된다. 이렇다보니 2008년 655개였던 등록 자격증은 2013년 12월 현재 5378개로 8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공인 자격증은 이렇게 등록된 자격증 중에서 법인이 운영하고 1년에 3회 이상 검증 절차를 거치는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현재 공인된 민간 자격증은 93개뿐이며 어학 자격증이 대부분이다.

등록 자격증이 너무 많다보니 정부는 사실상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 직능원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의 자격증 전부를 세세히 확인할 수는 없다”며 “인원이 부족해 등록이나 인증 절차만 일단 맡고 있다”고 말했다. 사후 관리가 미흡해 등록 자격증을 공인 자격증이라 거짓 광고하는 ‘사기’ 범죄가 늘고 있는 것이다.

돈을 내고 응시만 하면 합격률이 100%에 달하는 자격증도 판을 치고 있다. 노인 활동과 관련된 A자격증은 올해 24명이 응시해 전원 합격했다. 환경보호 분야 B자격증 역시 지난해 8명이 응시해 전원이 자격증을 땄다. 한 실버산업 전문업체 관계자는 “돈만 내면 딸 수 있는 자격증은 신뢰받지 못해 취업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등록 자격증 운영 업체의 허위 광고 피해를 토로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자격증 관련 상담은 2008년 1698건에서 올해 2100건으로 늘었다. 매년 2000건 가까운 상담이 접수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자격시험과 강습, 교재 관련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2011년 자격기본법을 개정해 민간자격 등록시기 표기를 의무화하고 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처벌 규정을 신설했다.

지난 10월에는 민간자격관리자가 거짓·과장 광고를 하거나 국가에 등록을 하지 않고 운영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단속은 직능원이, 처벌은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분리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직능원 관계자는 “결국 개인이 취득하려는 자격증을 꼼꼼히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