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에 1064억 과징금 ‘사상 최대’

입력 2013-12-28 01:26

과잉 보조금 경쟁을 벌여 시장을 혼탁하게 한 이동통신 3사가 27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역대 최대의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하지만 이번 제재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경쟁을 뿌리 뽑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방통위가 경쟁을 주도한 사업자를 가려내지 못해 당초 예고했던 것만큼 강력한 처벌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오전에 전체회의를 열고 이동통신 시장에서 과잉 보조금 경쟁을 벌인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들에 과징금 총 1064억원을 부과키로 결정했다. SK텔레콤이 560억원, KT는 297억원, LG유플러스는 207억원을 부담하게 됐다.

방통위는 지난 5월 17부터 7월 16까지, 8월 22일부터 10월 31일까지 두 기간에 대해 사실조사를 벌인 뒤 이같이 결정했다. KT가 이미 단독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던 7월 18일부터 8월 21일까지는 조사 대상 기간에서 제외됐다.

방통위 조사 결과 보조금 지불의 위법성 판단기준인 27만원을 초과한 비율은 평균 64.2%로 나타났다. 사업자별로는 SK텔레콤 64.3%, KT 65.8%, LG유플러스 62.1%였다. 보조금 수준은 3사 평균 41만4000원으로 사업자별로는 KT 43만원, SK텔레콤 42만1000원, LG유플러스 38만원이었다.

방통위는 “사업자 간 위반 정도가 비슷해 과열주도 사업자를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벌점 합계가 가장 높은 사업자와 차순위 사업자의 차이가 미미한 상황에서 벌점이 높은 사업자만 강력히 제재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보조금 가이드라인 초과 지급 비율, 평균 보조금 액수, 위반율이 높은 날짜 수 등 6개 지표를 기준으로 벌점을 산정한 결과 SK텔레콤은 73점, KT는 72점, LG유플러스는 62점으로 집계됐다.

이통사들은 영업정지 처분을 피한 것이 다행이지만 과징금 액수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업체들은 또 경쟁사를 실질적인 과열주도 사업자로 지목하며 주도 사업자가 판별되지 않은 데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과징금이 가장 많은 SK텔레콤은 “당사의 시장 안정화 노력을 고려하면 이번 결정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과열주도 사업자에게 최소 2주의 영업정지, 3사에 최대 17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로 방통위가 ‘엄벌’을 예고했던 것과 달리 실효성이 적은 처벌을 내렸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게다가 이번 조사에서는 과열주도 사업자조차 솎아내지 못했다. 올 초와 지난 7월 두 차례의 영업정지 조치에도 보조금 경쟁이 끊이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상임위원들은 좀 더 변별력 있는 조사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잉 보조금 경쟁은 단기간에 치고 빠지는 ‘게릴라식’으로 이뤄지는데 보조금 조사 기간을 이렇게 길게 잡아 평균을 내면 과열주도 사업자를 가려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