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 20일째] “면허 발급 철회 없인 파업 철회 없다”
입력 2013-12-28 02:28
철도 파업의 발단인 수서발 KTX 법인의 면허가 27일 발급되자 철도노조는 “법인 면허 발급 철회 없이 파업 철회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철도 파업 사태의 해결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철도노조 백승곤 홍보팀장은 “철도 파업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 요구를 무시한 채 면허 발급을 강행했다”며 “현 정부가 ‘불통 정부’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사태는 파업 시작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노조는 예정대로 파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철도노조는 법인 면허 발급 중단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오전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옥의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면허 발급을 중단하고 철도 발전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나서면 파업을 중단하겠다”며 “면허 발급을 강행하면서 사회적 논의에 나서겠다는 건 여론 호도”라고 말했다.
또 “2016년 개통하는 수서발 KTX 법인 면허 발급을 올해 안에 끝낼 이유는 전혀 없다”면서 “차량기지·역사·발매시스템도 없고 시범운행 한 번 안 한 수서발 KTX에 법인 면허를 발급하는 건 유례가 없는 졸속 행정이고 위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사측의 복귀 명령에 대해서는 “파업 조합원에게 복귀를 말하기 전에 교착된 교섭을 진전시키기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에 철도노조가 노사정을 아우르는 사회적 논의 기구를 통해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철도노조는 이미 민주노총(노동계), 조계종(종교계), 민주당(정치계) 등을 통해 정부에 사회적 합의체 구성을 촉구해 왔다.
노조 측은 실무교섭에 대해서도 ‘결렬’이 아닌 ‘잠정 중단’ 상태라고 설명하며 여지를 뒀지만 면허 발급이 강행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김 위원장의 기자회견에선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발언에 대한 성토도 나왔다. 그는 “노사가 26일 어렵게 교섭 재개를 합의한 지 30분 만에 현 부총리가 찬물을 끼얹는 담화를 발표했다”며 “현 부총리가 말한 과다 인건비, 고용세습, 평생고용 등은 국민을 현혹하는 괴담”이라고 주장했다.
또 “인건비 비중은 매출액이 아닌 비용 대비로 산정한다”며 “2008년 기준 한국철도의 비용 대비 인건비 비중은 44.1%로 프랑스의 43.6%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고용세습과 평생고용 논란에 대해서는 “업무상 재해로 순직한 직원의 자녀나 배우자를 채용하는 제도가 있었지만 공사 출범 후 폐지됐고 철도공사는 평생고용이 아닌 58세 정년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철도노조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현 부총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정부의 면허 발급 강행으로 민주노총의 28일 총파업 결의대회는 수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은 “각 연맹과 지역본부는 전 조직을 가동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 행위를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