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 20일째] 정부의 ‘파업동력 김빼기’… 참가자 전원 징계 현실화
입력 2013-12-28 03:28
정부가 27일 밤 수서발 KTX 법인(수서고속철도회사) 운송 면허를 전격 발급한 것은 철도 개통에 대한 지장을 최소화하면서 철도파업을 일찍 마무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면허 발부로 철도 파업 초점이 흐려진 만큼, 파업 동력도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최연혜 코레일 사장도 이날 밤 12시를 복귀 시점으로 못 박아 전국철도노동조합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8시30분쯤 대전지방법원에서 법인 설립 등기가 처리된 직후인 오후 9시쯤 철도운송사업 면허를 발급했다. 뒤이어 오후 10시에 서승환 국토부 장관이 정부 서울청사에서의 브리핑을 통해 면허 발급 사실을 공식화했다.
국토부가 이처럼 수서고속철도회사 면허 발급을 일사천리로 진행한 것은, 더 늦어질 경우 2015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고속철도 개통이 어려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철도산업 발전 방안 발표 당시 정부는 올해 말까지 법인 설립 계획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또 최장 파업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속내도 깔려 있다. 철도노조 파업이 이날로 19일째를 맞았지만 노조원들의 복귀율이 13%를 약간 웃돌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해를 넘겨서도 해결책을 찾는 것이 힘들어질 수 있다.
김경욱 국토부 철도국장은 “2015년 말 수서고속철도 개통을 위해선 적어도 준비기간이 24개월은 부여돼야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어서 시간을 더 미룰 수 없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또 “면허 발급 중단을 내세웠던 노조가 이번 면허 발급으로 인해 파업 자체의 초점을 잃어버려 파업을 진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 사장도 이날 밤 12시까지 복귀하지 않을 경우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노조 집행부 145명에 대해서도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어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169명이 해고·파면됐던 2009년 파업에 이어 대규모 해고·파면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 또 최 사장이 “대체인력 660명에 대한 채용공고를 했고, 앞으로 필요한 추가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혀 대체인력 추가 채용 계획도 나올 수 있다.
재산상 타격도 가할 방침이다. 코레일은 파업 8일째이던 지난 16일 기준으로 파업에 따른 손해액이 77억원에 이른다고 잠정집계하고 지난 20일 철도노조와 집행부 186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파업 19일째가 되면서 손해액은 2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는 전면 파업으로 15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가 이뤄졌던 2006년의 손해배상 규모를 훌쩍 넘기는 액수다. 코레일은 당시 법원이 70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하자 노조에게 이자까지 합쳐 103억여원을 받아냈다.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해 가압류 카드도 꺼내들었다. 코레일은 실무교섭이 재개된 26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에 노조의 예금, 채권, 부동산 등 116억원을 가압류 신청했다. 1심이 진행 중인 2009년 파업과 관련한 손해액 39억원과 이번 파업 피해액 77억원을 합친 액수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전 파업에서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함께 가압류를 한 적이 있다”며 “공교롭게 협상을 재개하는 날에 가압류를 하게 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