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야스쿠니 도발’] DJ때만 반짝 우호… 盧·MB 정부 거치면서 악화일로

입력 2013-12-28 01:34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최악의 국면을 맞게 된 한·일 관계는 전임자였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시절부터 예고돼 있었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해 8월 10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양국 관계가 거의 단절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전격 독도 방문을 강행하자 노다 총리는 “위안부 강제동원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도발해 왔다. 그는 2011년 12월 교토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위안부 강제동원을 극구 부인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장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일본은 영원히 기회를 잃는다”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다 총리는 양국이 사전 합의했던 생존 위안부 보상 방안을 공개적으로 파기했다. 노다 정권은 2010년에도 외교청서에 공식적으로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명기했다.

1990년대 이후 한·일 관계는 김대중정부(1998∼2002년)에서만 잠시 괜찮았을 뿐 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계속 악화일로를 치달아 왔다.

노무현정부 5년간의 양국 관계는 일본 고위 인사의 ‘망언’에서 시작해 ‘망언’으로 끝났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 첫해인 2003년 아소 다로(麻生太郞) 당시 자민당 정조회장(현 부총리)은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듬해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가 직접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했고, 2005년 일본 정부는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을 묵인했다. 같은 해 일본 방위백서에는 처음으로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로 명기됐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지금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의한 점령지 권리, 나아가 과거 식민지 영토권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수탈, 강제 위안부 동원, 고문, 감금 등 거침없는 표현으로 일본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아베 총리는 2007년 집권했을 때 “강제로 위안부 여성을 끌어들였다는 증거가 없다”는 말을 취임 일성으로 던졌다. 지난해 재집권한 이후 그가 쏟아낸 ‘망언 시리즈’의 전주곡이었던 셈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왜곡된 과거사 인식을 그대로 담은 자민당 공약집을 펴냈고, 선거 승리로 재집권했다. ‘고노담화’(위안부 강제동원 사죄)와 ‘무라야마 담화’(식민지배 반성)의 부정, 일제 강점을 ‘침략’에서 ‘진출’로 표현, ‘다케시마의 날’ 격상 등이 공약집에 담겼다. 아베 총리는 아직도 줄곧 자신의 왜곡된 역사인식을 그대로 노출하며 일본 우경화 물결을 주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본을 되돌리자’는 구호로 일본의 전후체제 탈피를 주창했다. 집단적 자위권 해석 변경, 국가안전보장전략(NSS) 및 신방위대강 발표, 자위대의 정규군화 등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대해 ‘과거사 반성 없이 양국 관계 호전은 없다’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외교 무대에서 아베 총리를 직접 만났지만 정상회담을 하자는 일본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으로도 당분간 박 대통령의 입장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