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키’ 기성용, 리그 데뷔골… 영웅시대 활짝 열다
입력 2013-12-28 01:25
‘기라드’ 기성용(24·선덜랜드)의 공격 본능이 다시 뿜어져 나왔다.
기성용은 2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에버튼과의 2013∼201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터뜨려 팀의 1대 0 승리를 이끌었다. 리그 첫 골이자 올 시즌 2호 골이었다.
기성용은 스트라이커 스티븐 플레처의 뒤를 받치며 득점 기회를 노렸다. 전반 23분 기회가 왔다. 에버튼의 팀 하워드 골키퍼가 레온 오스만에게 짧은 패스를 건네줬다. 기성용은 오스만이 방심한 틈에 재빨리 공을 낚아채 골문으로 돌진했고, 당황한 하워드는 기성용에게 거친 태클을 가했다. 심판은 고의적인 반칙으로 판단하고 하워드에게 레드카드를 내밀었다. 직접 키커로 나선 기성용은 골문 왼쪽 하단을 향해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교체돼 들어온 조엘 로블스 골키퍼가 방향을 읽었지만 슈팅이 워낙 강해 막지 못했다.
선덜랜드는 이날 승리로 승점 13점(3승4무11패·20위)을 기록하며 1부 리그 잔류권인 17위 크리스탈 팰리스(5승1무12패·승점 16)에 승점 3점 차로 따라붙었다.
기성용은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한 지난 시즌 스완지시티에선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 선덜랜드로 임대된 기성용은 최근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기성용에게 낯선 포지션이 아니다. 과거 소속 팀 FC서울과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에서 종종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었다.
거스 포옛 선덜랜드 감독은 잠자고 있던 기성용의 공격 본능을 깨웠고, 그 결과는 경기력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기성용은 지난 18일 강호 첼시와의 캐피털원컵(리그컵) 8강에서 연장전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잉글랜드 무대 첫 골 맛을 봤고, 9일 만에 리그 경기에서 골을 추가했다.
영국 스포츠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는 기성용에게 양 팀 선수를 통틀어 가장 높은 9점을 줬다. 스카이스포츠는 “기성용의 패스 성공률은 100%였다. 걸출한 활약을 했다”고 극찬했다. 기성용의 상승세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준비 중인 ‘홍명보호’에도 청신호가 아닐 수 없다. 약한 공격력 때문에 고심해온 홍명보 감독이 최근 놀라운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는 기성용을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성용은 29일 김보경이 뛰고 있는 카디프시티와의 리그 19라운드 원정 경기에 나선다. 김보경은 최근 세 경기 가운데 2경기에만 후반 교체출전하는 등 주춤한 상황이어서 기성용과의 맞대결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