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야스쿠니 도발’] ‘역사왜곡 퍼레이드’ 예상… 일본의 반성 기대 접었다
입력 2013-12-28 01:48
정부가 한층 강경한 대일(對日) 정책 기조를 이어가기로 한 것은 더 이상 일본 정부로부터 스스로 왜곡된 역사인식을 바로잡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내년 초부터 줄줄이 예정된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의 날, 검정 교과서 발표 등 일본의 ‘역사왜곡 퍼레이드’를 감안하면 내년 한·일 관계는 더욱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일 양국 정부 차원의 외교·안보 분야 협력 중단은 물론 한·미·일 3각 안보공조 등도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관계 개선 시도에서 후퇴 수순으로=정부는 당초 냉각된 한·일 관계를 이대로 계속 방치해 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점진적인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한·일 차관급 전략대화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간 정상회담은 일본 정부의 근본적인 역사인식 전환 등이 담보돼야 열릴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먼저 외교차관급 인사들끼리 만나 양국의 포괄적 현안을 두루 논의하는 자리를 추진해 왔다. 당초 12월 중 차관급 전략대화 개최를 먼저 제안한 것도 우리 정부였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한국 등 이웃 국가들에 사실상 도발 수준으로 비칠 수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함에 따라 우리 정부는 더 이상 관계 개선 노력이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27일 “우리는 그동안 더운 물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일본이 나서서 거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라고 표현했다.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는 정부 차원의 고위급 협의는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추가적인 상황 악화 가능성=가뜩이나 최악의 상황을 맞은 한·일 관계는 내년 초부터 더 악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양국 간 신경전을 불러일으킬 악재들이 지뢰밭처럼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내년 2월에는 일본 정부 차원의 행사로 치러지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있고, 3월에는 독도 영유권 및 과거사 문제를 기술하는 일본 교과서 검정 결과가 발표된다. 4월에는 독도 영유권 주장이 담긴 일본 외교청서도 발표될 예정이다. 한·일 양국이 관계 개선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연달아 발생하는 것이다.
◇한·미·일 3각 안보 협력도 차질?=최근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일본발(發) 메가톤급 악재가 터져 나오면서 동북아에서의 한·미·일 3각 협력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주일대사관을 통해 아베 총리의 참배에 대해 “실망했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미·일동맹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미국이 일본에 추가적인 재발방지 조치를 적극 요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오히려 미국이 우리 측에 강경 대응 자제를 요청한다면 일본을 사이에 놓고 한·미 양국 간 감정의 괴리가 생길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이 내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할 집단적 자위권 추진 문제다. 이는 미·일동맹 틀 내의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협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사안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이 과정에 주체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부는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사안은 우리 정부의 동의 없이 행사될 수 없다’는 기본 원칙 아래 우리 입장을 적극 개진할 방침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