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야스쿠니 도발’] 불쾌한 美… 강경한 中

입력 2013-12-28 01:49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소식은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일본 사회마저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각국 정부와 언론은 일제히 아베 총리의 행동에 대해 과격한 표현까지 사용하며 비판을 쏟아냈다.

◇미국, “일본이 이럴 수가” 강력 질책=26일(현지시간) 복수의 워싱턴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 국무부 동아태국 당국자들은 한국 대사관 직원들의 긴급 전화에 “일본이 이럴 수가”라며 뒤통수를 맞은 듯한 당혹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참배 1시간 전까지 이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바이든 부통령이 도쿄를 방문, 한·일 관계 개선을 주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더 충격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신사 참배에 대한 공식 성명에 ‘실망했다’는 표현을 쓴 것도 이례적이다. ‘유감(regrettable)’ 등의 통상적인 단어와는 격이 다른 매우 강력한 질책으로 여겨진다.

미국의 거부감에는 북한 정세 불안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한·일 관계의 정상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었다는 점도 반영됐다. 그동안 미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연기한 점 등을 들며 한국의 전향적인 대(對)일 자세가 필요하다는 논지를 펴왔었다. 그런데 아베 총리의 느닷없는 행동으로 그동안의 조율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셈이다.

◇중국, “갈 데까지 가보자” 강경 대응=류옌둥(劉延東) 국무원 부총리는 신사 참배 직후 중국을 방문 중인 일중우호의원연맹 대표단과의 면담을 전격 취소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기테라 마사토(木寺昌人) 주중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일본이 계속 도발한다면 중국은 끝까지 갈 것”이라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상하이(上海)주재 일본 총영사관은 26일 중국 내에서 다시 일고 있는 반일 감정을 우려해 관할 지역 내 일본인들로 하여금 외출 시 안전에 주의하도록 당부했다.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보호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국 내 인사들은 27일 베이징시내 차오양(朝陽)구 량마차오(亮馬橋)에 있는 일본대사관 부근에서 반일 시위를 벌이겠다며 베이징 경찰 당국에 집회신청서를 냈다. 중국댜오위다오보호연합회 회장 퉁쩡(童增)은 “아베 정부는 뼛속부터 중·일 우호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생각이 없다”고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27일 평론기사에서 아베 총리를 ‘환영할 수 없는 인물’로 선포해 중국 입국을 금지하자고 제의했다. 중국국제방송 CRI는 “일본 전범들이 무릎을 꿇은 동상에 그들의 죄상을 새겨 난징대학살 기념관에 전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마저도 “전범 신격화 바람직하지 않다” 비판=일본 사회마저 아베 총리에게 등을 돌렸다. 주요 6개 조간 중 4개가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에 대한 비판 사설을 싣고 강하게 반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야스쿠니 참배가 가져올 쓸모없는 알력’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전범을 신격화하는 행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비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외교 고립을 초래한 잘못된 길을 걸었다”며 “외교적 악영향은 헤아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악영향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과 중국 등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분석한 뒤 “호조를 보여온 아베노믹스에도 암운을 드리웠다”고 전했다.

워싱턴·베이징=배병우 정원교 특파원, 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