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야스쿠니 도발’] 미국의 ‘경고 메시지’도 안통했다

입력 2013-12-28 01:49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26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치밀한 계획에 따른 ‘기획 도발’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베 총리가 처음 야스쿠니 참배를 시도한 것은 지난해 12월 27일 정권 출범 다음날이었다. 아베 총리는 당시 비서관들을 대동하고 참배하는 방안을 생각했지만 이마미 다카야 수석비서관이 “그러다간 내각이 사흘 만에 망한다”고 만류하는 바람에 계획을 접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7일 전했다. 아베 총리가 다시 참배를 시도한 것은 지난 10월 야스쿠니 추계 예대제 무렵이었다. 하지만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제동을 걸어 포기했다.

이후 아베 총리는 연내 참배 방침을 정하고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지난 10월 아베 총리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은 “(취임 이후) 1년 내에 반드시 참배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베 정권은 11월 에토 세이이치 총리 보좌관을 미국에 파견, 야스쿠니 참배 때 미국에서 나올 반응을 탐색했다. 미국이 ‘경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베 총리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측근들의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참배 이틀 전인 24일 스가 장관에게 최종 통보했다. 설득을 포기한 스가 장관은 결국 국내외 반발을 최소화하는 ‘충격 완화 모드’로 돌아섰다. 아베 총리 측은 일어와 영어로 된 담화문을 준비했고, 문구는 참배 직전까지 다듬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아베 총리는 ‘참배 실행’까지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며 마지막까지 보안을 유지했다. 참배 전날인 25일 아베 총리는 26일 예정돼 있던 내각회의(각의) 개최 시간을 앞당기고 이어질 인터뷰 계획도 취소하면서 참배에 필요한 2시간을 확보했다. 야스쿠니 신사 측에 참배 계획을 통보한 시간도 26일 오전 7시였다. 일본 정부가 한국과 미국, 중국 등에 통보한 시간도 참배 1시간여 전인 오전 10시20분 전후였다. 아베 총리는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간사장에게는 당일 아침, 연립여당 대표인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에게도 참배하기 불과 30분 전인 오전 11시쯤 전화로 통보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