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경제정책 방향] 부동산 시장 살리고 사교육비 줄여 닫힌 지갑 연다

입력 2013-12-28 01:44


내년 정부 경제정책의 키워드는 ‘내수(內需)’다. 올 들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민들에게 와 닿는 체감 경기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정부는 경제회복의 온기를 민생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해법으로 내수 활성화를 택했다. 그러나 재정과 세제지원 등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동반되어 있지 않아 공허한 울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장기 부진에 빠져 있는 내수=정부는 2003년 카드사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내수가 크게 위축된 뒤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소득 증가는 둔화했고, 가계부채의 원리금 부담은 커졌다. 투자 역시 대내외 불확실성 등으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가계소득 증가율은 2001∼2005년 6.7% 증가에서 2006∼2010년 5.0%, 2011∼2012년 4.7%로 내리막길이다. 소득이 줄어들자 민간 소비가 부진해졌고,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꺼렸다. 결국 내수부진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체감경기는 악화되고 성장 잠재력은 둔화됐다. 올해 사상최대의 경상수지 흑자를 냈지만 정부는 이를 오히려 투자 등 내수부진에 따른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7일 “그동안 수출 위주의 성장정책이 기업들을 배부르게 했지만 그 과실이 서민층에 전달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내수의 뒷받침 없이는 경제가 살아나도 일자리와 가계소득이 개선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라고 말했다.

◇내수 살리기 프로젝트=내년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중점을 둔 분야는 부동산이다. 주택 매매 시장이 침체돼 있고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는 민간소비가 늘어나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정부는 전세자금 지원체계를 서민·중산층 중심으로 개편하고 월세 소득공제도 확대했다. 한편으로는 주택거래 정상화를 위해 청약제도를 무주택자 중심에서 주택 교체 수요층, 다주택자, 임대사업자 등으로 바꾸기로 했다.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사람은 정책지원을 통해 집 구입을 도와주고, 서민·중산층에게는 전·월세 비용이 가계 소비를 위축시키지 않게 하는 맞춤형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다른 방향으로 투자와 소비를 개선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올 한 해 4차례의 투자활성화 대책에 이어 내년에도 매 분기마다 투자활성화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시설재 수입 등 투자 촉진을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을 국내은행에 설비투자용 외화대출 자금으로 지원토록 했다. 풍부한 외화 유동성을 내수 진작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소비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사교육비 경감을 내걸었다. 방과 후 학교 내실화, 투명한 사교육 시장 조성 등을 담은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내년 3월에 마련해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을 완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휴면예금·보험, 신용카드 포인트 등 ‘잠자는 돈’을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내년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경제는 숫자가 아니라 삶”이라며 “서민과 중산층이 경제회복의 온기를 느낄 때까지 정책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탄’ 떨어진 정부, 정책지원에 초점=정부는 내년 한 해 동안 내수 활성화를 위해 무려 14개의 정책 패키지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곧바로 가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재정집행이나 세제지원 확대 방안은 포함돼 있지 않다. 복지 및 지역공약 등 돈이 들어갈 곳은 많은데 세수 부족은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내수 활성화를 위해 쓸 재정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신 규제개선과 정책지원에 방점을 맞춘 65개의 정책과제로 내수 부진현상을 개선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내수 활성화 정책이 겉보기에는 그럴 듯한데 과연 정부 의지대로 기업과 가계가 움직여 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시작으로 재정의 힘으로 경제 활성화를 이끌었지만 민간부문까지 전달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면서 “내년 정책방향을 재정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경제정책의 고정관념을 바꾼다는 의미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