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재 박사의 성서 건강학] 칙칙한 겨울 공기? 호흡기의 지혜로운 대처
입력 2013-12-28 01:33
코의 기능은 현대화되면서 강조될 수밖에 없고, 겨울이 되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음을 지난 회에서 이야기했다. 특히 요즘은 중국발 미세먼지 때문에 더욱 문제다. 코의 기능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비강이 훨씬 넓고 그래서 세세하게 알지 못했던 뛰어난 공기정화 능력이 있음을 알았지만 공기정화 기능은 코에서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정교한 장치가 그 뒤로 이어져 정화 기능은 계속된다.
어느 정도 코에서의 정화가 끝나고 뒤코구멍을 나온 공기는 인두, 후두를 거쳐 본격적 호흡기관인 기관으로 진입하는데 인체의 정중앙에 위치한 기관은 이후 무려 23회 정도의 가지치기를 통해 기관지, 세기관지 등으로 세분화된다. 원론적으로 그 끝에 기체(산소, 이산화탄소) 교환작용(호흡)이 일어나는 폐포가 마치 포도송이처럼 무리지어 위치한다. 당연히 폐포의 바깥 주위에는 수많은 실핏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서 폐포 속 산소를 받아들이고 실핏줄 속 이산화탄소를 폐포로 배출한다. 요약하면 뒤코구멍을 거친 공기는 점점 좁아지는 호흡기관을 통과해 궁극적으로 폐포에 도달한다. 23회의 가지치기가 이야기해주듯 결국 먼 길을 가야 폐포가 나오는데 그 사이의 호흡기관에는 또 다른 정교한 공기정화 장치가 마련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호흡기관의 표면에는 점막상피가 발달되어 있다. 상피세포의 끝(표면)에는 작은 섬모들이 잘 발달되어 있고 그 세포 사이사이에 술잔세포가 위치하는데 계속 점액을 분비해 끝내 호흡상피 대부분을 차지하는 점막상피세포의 표면을 덮어 마치 섬모 위에 점액 담요를 씌워 놓은 것 같은 양상을 띠게 한다. 소위 ‘점액-섬모담요’가 점막상피 위에 만들어져 끝없이 밖을 향해 움직이는 섬모의 운동에 따라 조금씩 조금씩 밖으로 밀려나게 고안되어 있다. 결국 점액은 정상적으로 후두를 탈출해 후두에 연결되어 있는 식도로 전달돼 궁극적으로는 위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니 평상시에도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적은 양의 호흡기 점액이 계속해서 후두를 통과해 식도-위장의 경로로 배액되고 있는 것이다. 말할 나위 없이 그 담요를 이루는 점액은 끈적거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통과하는 공기에 섞여 있는 미세먼지나 화학물질을 끊임없이 걸러낸다. 코를 통과하며 미처 걸러지지 않는 유해 화학물질이나 미세한 먼지들이 이 점액에 상당 부분 접촉되어 거의 대부분 제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지만 그 먼지의 크기가 작을수록 기관지의 먼 곳까지 침투할 수 있다. 그런 나쁜 환경이 오랜 기간 계속될 때 끝내 걸러지지 않은 미세먼지가 결국 폐포까지 도달해 진폐증이라는 치명적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섬모운동과 점액 담요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왜 미세먼지 제거를 위해 평상시 수분을 많이 섭취해야 하는지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충분한 수분 섭취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점액 담요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어 중국발 미세먼지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흡연이나 오염된 공기는 섬모의 운동을 저해하기 때문에 문제임을 또한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어려운 때 호흡기를 보호하는 요령은 이미 매스컴을 통해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당연히 외출 시 검증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함은 물론 가쁜 숨 때문에 입으로 숨을 쉬게 되는 밖에서의 유산소 운동은 자제해야 하고 평상시 가급적 많은 수분을 섭취함이 꼭 필요하다 하겠다.
<서울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