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영성] 타이스의 인생 참회

입력 2013-12-28 01:33

한 해가 저무는 때는 자아성찰의 시간이다. 그동안 이룬 일들도 있겠지만 “우리의 의는 다 더러운 옷 같으며”(사 64:6)라는 말씀을 생각하면 인간이 구할 것은 오직 자비밖에 없음을 알게 된다. 우리가 털고 가야 할 지난날의 죄악들은 어떻게 회개해야 하는가. 4세기 말에 기록된 ‘창녀 타이스의 생애’는 고대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회개하고 용서 받았는가를 알도록 돕는다.

매우 아름다웠던 타이스는 알렉산드리아의 유명한 창녀였다. 남자들 중엔 자신의 재산을 팔아 그녀에게 갖다 바쳐서 가난하게 된 경우도 많았다. 그녀를 차지하려고 주먹다툼까지 벌어져 그 집 문지방은 피가 마를 날이 없을 정도였다.

피할 수 없는 하나님의 눈

이를 들은 파프누티우스 원로는 세속 복장을 입고 가서 화대를 지불했다. 방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앉아 타이스를 불렀다. “만약 좀 더 은밀한 방이 있다면 거기로 가자”고 요구했다. 그녀는 “방 하나가 있지만 이 방도 괜찮습니다. 아무도 안 들어오니까요. 물론 하나님은 예외지만요. 그의 눈으로부터 숨을 곳은 아무 데도 없으니까요.” 이것을 듣자 원로는 타이스에게 말했다. “아 그래,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자네도 아는구나.” 타이스는 “예, 저는 하나님과 영원한 나라, 죄인들이 겪을 장래의 고통에 관해 좀 알고 있어요.” 파프누티우스는 “만약 자네가 이를 안다면, 왜 많은 남성들의 영혼을 잃게 만드는가? 자네는 자신의 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죄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하네”라고 말했다.

타이스가 이 말을 듣자 그의 발 앞에 몸을 던져 눈물로 호소했다. “제가 회개하고 용서를 받도록 도와주세요. 당신이 나를 위해 기도해주신다면 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니 3시간만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당신이 가자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라가겠습니다. 또 하라고 하시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파프누티우스는 타이스와 만날 장소를 정했다. 그녀는 죄를 짓고 받은 모든 물건을 도시 한 가운데로 가져가 쌓았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자 “와 보세요. 나와 함께 죄를 지은 모든 남자들은 내게 준 모든 것이 어떻게 불에 타는가를 보세요.”

모든 것이 불타자 타이스는 파프누티우스와 약속한 장소로 갔다. 그는 타이스를 수녀원으로 데리고 가서 작은 방에 넣고는 문조차 납으로 봉했다. 수녀들이 작은 창으로 매일 약간의 빵과 물을 공급하도록 했다. 타이스는 밀폐된 방에 들어가는 것을 알고는 “아버지여, 용변은 어디서 봅니까?”라고 물었다. 원로는 “자네가 할 만하거든 방에서 하게나”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타이스는 기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었다. 원로는 “자네는 입술로 하나님의 이름을 부를 가치조차 없는 사람이야. 하늘을 항해 자네의 손을 들 자격도 없어. 자네 입은 죄로 가득 찼고 자네 손은 더러움으로 얼룩져 있기 때문이야. 그러니 동쪽을 향해 서서 다음과 같은 기도만 자주 반복해서 드리게나. ‘나를 만드신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타이스는 3년간 그 방에서 나오지 않고 살았다. 그녀를 염려한 파프누티우스는 안토니 원로를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말하고 주께서 그녀의 죄를 용서하셨는지를 물었다. 안토니는 모든 제자들을 불러 모아 이 문제를 위해 철야기도할 것을 결의했다. 그 밤에 주께서 어느 누구에게 응답하실 것을 믿었다.

각자 자기 수실로 돌아가 기도를 시작했다. 수제자 폴이 기도 중에 하늘에서 침대 하나를 보았다. 얼굴에 광채가 나는 동정녀 세 명이 지키고 있으며 값비싼 천으로 둘러싸인 것이었다. 폴은 동정녀들에게 “이 같은 큰 영광은 나의 사부 안토니에게나 어울리지 않을까?” 그러자 한 음성이 그에게 들려왔다. “이것은 안토니를 위한 것이 아니라 창녀 타이스를 위한 것이다.” 폴은 급히 가서 이 사실을 알렸다.

파프누티우스는 하나님의 뜻을 알고 수녀원으로 갔다. 그는 봉해진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나 타이스는 지금 그대로 있고 싶으니 그냥 두라고 했다. 그가 문을 열고 “이제 밖으로 나오시오. 하나님께서 당신의 죄를 용서하셨소”라고 말했다. 타이스는 “제가 이 방에 들어온 날부터 나의 죄를 항상 내 눈앞에 두었습니다. 그것들은 나의 눈에서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그것들을 보면서 나는 늘 울었습니다. 하나님은 이에 대한 나의 증인이십니다”라고 말했다.

파프누티우스는 타이스에게 “하나님께서 당신의 죄를 용서하신 것은 당신의 회개 행위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자신의 죄에 대한 기억을 영혼 안에 늘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오”라고 말했다. 타이스는 바깥으로 나온 후 보름만 더 살고 평안히 별세했다.

자신에게 적합한 회개 방법

이 일화의 충격적인 처방들은 우리를 당황케 한다. 사막 교부들의 금언에 있는 비슷한 일화들과 비교해보면 그것들은 파프누티우스의 거칠고 타협 없는 성격 탓이기도 하다. 난쟁이 존이 창녀 페이시아를 구했을 때는 한 시간의 열정적인 회개로도 용서 얻기에 충분함을 입증했다.

연말을 맞아 회개하기 원한다면 여러 가지 길 가운데 자신에게 적합한 처방을 찾는 분별력이 필요하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자신의 죄는 끊임없이 보아야 한다.

김진하 (백석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