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있어 세상은 따뜻하다… 국민추천포상 받은 우리 주변 숨은 공로자들
입력 2013-12-27 01:31
서울 영천시장 입구에서 작은 치과를 운영했던 강대건(81) 원장은 지난 33년간 주말마다 한센병 환자들의 ‘무료 주치의’로 변신했다. 1979년 50세를 바라보던 나이에 우연히 따라나선 봉사모임에서 찾게 된 한센인 마을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경기도 성라자로 마을부터 전라도 한센인 정착촌까지 전국에서 그의 치료를 받은 한센병 환자는 1만5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센인들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강 원장은 지난 9월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십자가 훈장도 받았다. 하지만 조용하고 겸손한 성품 탓에 그의 오랜 선행은 최근에야 알려지게 됐다.
경기도 안양 중앙시장 한쪽에서 나물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이복희(67·여)씨는 지난 5월 젊은 시절부터 모은 돈으로 마련한 4억5000만원 상당의 2층 주택을 안양 인재육성장학재단에 쾌척했다. “남을 도울 수 있어서 오히려 감사하다”며 옥탑방으로 거주지를 옮긴 이씨는 넉넉지 않은 생활 가운데 100곳이 넘는 경로당에도 쌀을 후원해왔고, 한부모 가정 아이들에게는 남몰래 음식과 용돈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지치고 힘들었던 한 해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밝혀준 숨은 영웅 31명이 26일 청와대에 모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추천포상 대상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저는 평소 어렵고 소외된 분들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분들이 존경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봉사하는 것이야말로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 있는 일”이라며 직접 포상을 수여했다.
국민추천포상은 국민이 직접 추천한 우리 주변의 숨은 공로자를 포상하는 제도로 2011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으며 그동안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고(故) 이태석 신부, ‘젓갈 할머니’ 유양선씨, ‘염소 할머니’ 정갑연씨 등이 포상을 받은 바 있다. 이날 초청된 수상자는 강 원장(모란장), 이씨(석류장), ‘아프간 콩박사’ 권순영(66·석류장)씨를 포함한 국민훈장 3명과 국민포장 4명, 대통령표창 7명(단체 1곳 포함)이다.
지난 30년 동안 부산 남천동에서 빵집을 운영하면서 불우이웃에게 3억5000만원을 후원한 오상도(61)씨는 수상자들을 대표해 “봉사는 받는 사람도 행복하지만 주는 사람이 더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며 “앞으로 가족들에게 유산을 남기기보다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나눔을 베풀며 능력이 될 때까지 봉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