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라이프 2013 보도, 그 후] (중) 함께 일어서는 교회

입력 2013-12-27 01:55


‘신천지 책자’ 무료배포에 전국서 탈퇴자 속출

거제도에 사는 A씨(38)는 시누이 B씨(51)를 떠올리면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B씨가 성경공부를 위해 일주일에 4번씩 드나들던 곳이 바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었다는 사실을 한 달 전에 비로소 알게 됐기 때문이다.

사정은 이렇다. 활발한 성격의 B씨는 “성경공부를 잘 가르치는 곳이 있다”며 A씨에게 자랑을 했다. A씨는 ‘교회 밖 성경공부를 조심해야 한다’는 주위의 충고가 떠올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예방 차원에서 국민일보에 ‘이단사이비, 신천지를 파헤치다’(국민일보기독교연구소) 책자를 신청했다.

A씨는 무료로 받은 책자 3권 중 1권을 B씨에게 건네 함께 훑어보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올케, 국민일보 책자에 있는 신천지 복음방 시험문제가 내가 어제 봤던 시험문제랑 같아.” B씨는 그날부터 즉시 신천지 세력과 연락을 끊었다.

지난 9개월 동안 국민일보 보도로 이어진 신천지 예방 캠페인의 반응은 뜨거웠다. 신천지의 포교법과 대응방안을 담은 기사가 대표적이다. 신천지의 접근 여부를 판별해내는 ‘신천지 접근 및 복음방 체크리스트’ 등을 확인하고 이단상담소를 찾는 사례가 많았다. 신현욱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구리상담소장은 26일 “‘신천지 접근 및 복음방 체크리스트’ 관련 기사가 나간 뒤 신천지 여부를 확인하는 상담이 부쩍 늘었다”면서 “지금도 국민일보 기사가 인터넷 등으로 확산되면서 탈퇴자가 줄을 잇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보는 보도에 이어 그간의 기사를 모아 180페이지 분량의 책자 ‘이단사이비, 신천지를 파헤치다’를 제작, 무료로 배포했다. 주문이 쇄도하면서 3차에 걸쳐 전국 5100여 교회에 2만부를 전달했다. 해외 교회에서도 보내 달라는 요청이 있었으나 비용 등의 문제로 발송하지 못했을 정도다.

복음의 진리를 전파하고 성경적 가치를 구현하는 일에 나이와 직함은 중요하지 않았다. “소명 앞에 은퇴는 없다”면서 7년 넘게 전도용 CD를 46만여장이나 제작·배포한 김홍태(82) 목사(3월 18일자 29면). “국민일보 보도 덕분에 13번째 언어인 아랍어 CD 제작을 잘 마쳤어요. 이집트와 시리아 출신의 외국인 전문 성우들이 도와줬거든요.” 이달 말 현재 김 목사가 만들어 배포한 전도용 CD는 54만장을 훌쩍 넘어섰다.

한쪽 눈으로 6년 동안 성경 300독을 돌파한 황현성(75·수원성림교회) 은퇴 장로(8월 8일자 25면)는 여전히 동네 도서관으로 출퇴근하며 성경을 읽고 있다. 318독째다. “기사가 나간 다음에 격려 전화를 많이 받았어요. 저한테 신앙의 도전을 받는다는 말씀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룸살롱이었던 건물을 개조, 공익성을 겸비한 세미나실, 작업실 등 업무 공간을 대여하는 비즈니스 커뮤니티로 변신한 서울 북창동의 스페이스 노아(4월 17일자 30면)는 창업 1년 만에 ‘대박’이 났다. 정수현(29·여) 대표는 “보도 이후 ‘우리 교회 빈 공간들도 평일에 공유하고 싶다.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등의 문의가 쇄도하고 수많은 이들이 다녀갔다”면서 “공간 공유, 소통, 나눔에 대한 사회적인 욕구와 그 시장의 잠재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오픈 1년 만에 순익을 낸 정 대표는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유휴 공간을 연계해주는 회사(스페이스 클라우드)를 조만간 만들 예정이다.

KBS 퀴즈 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에서 목사로서는 처음으로 ‘우리말 달인’에 등극한 남웅기(60·대구 바로선장로교회) 목사(8월 30일자 29면)는 교계의 유명인사가 됐다. “목사님들의 위상을 높여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가장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새해를 앞두고 남 목사에게 본보 독자들을 향한 덕담을 부탁하자 카카오톡으로 답장을 보내왔다.

“우리말에 ‘머드러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일이나 채소, 생선 따위의 많은 것 중에서 다른 것보다 굵거나 큰 것을 말해요. 여럿 가운데서 가장 좋은 물건이나 사람을 비유하기도 합니다. 새해에는 우리 크리스천들이 남과의 경쟁에서 앞서가는 능력보다는 다른 이들과의 구별됨, 즉 머드러기처럼 ‘믿는 자’들의 본을 드러나는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나님도 기뻐하실 겁니다.”

백상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