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만델라의 교훈

입력 2013-12-27 01:35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다른 이름은 ‘무지개 국가’다. 인종 차별 없이 국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나라라는 뜻이다. 아직 치안이 다소 불안하다지만 매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남아공의 화해와 도약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7년간 복역하고 출소한 뒤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그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함께 인류의 야만으로 꼽히던 남아공 백인정권의 인종분리정책을 46년 만에 역사의 뒤편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흑인 세상을 만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자신을 구속했던 이들을 포함해 흑인 인권 유린에 참여했던 백인들을 전원 사면했다. 흑인과 백인이 손을 맞잡아야만 새로운 남아공을 건설할 수 있다는 신념에 따른 조치였다. 그가 불굴의 민주화 투사에서 용서와 화해의 지도자로 자리매김한 순간이다. 그가 백인들을 상대로 한풀이를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우리 시대의 거인’ 또는 ‘남아공의 아버지’라고 불리지도 못했을 것이고, 남아공은 극심한 내전에 휩싸였을 것이다.

만델라 이념의 토대는 아프리카 전통적 사상인 ‘우분투(ubuntu)’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며 서로 얽혀 있는 만큼 다른 사람을 기꺼이 포용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우분투의 핵심이라고 한다. 공동체를 위해 구성원들을 차별하지 않고 관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가 집권한 뒤 흑인 핍박의 진상은 철저히 밝히되 관련된 백인들을 모두 용서하는 방식으로 과거사를 말끔히 청산한 이면에 바로 우분투 정신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몇 년 전 ‘만델라의 리더십에 관한 8가지 교훈’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친구를 가까이, 그리고 경쟁자는 더 가까이’ ‘물러나는 것도 지도력이다’ ‘만사에 흑백논리는 없다’ ‘미소를 잃지 마라’는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한 해를 조용히 정리해야 할 시기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어수선하다. 1년 동안이나 지속되고 있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파문에 이어 최근엔 철도노조 파업 사태로 시끄럽다. 그 여파로 이념 대결이 첨예화되면서 살벌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만델라의 육신은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났지만 그의 정신은 온 인류가 본받아야 마땅하다. 그 가운데 공존의 정치, 갈등과 분열이 아닌 화해와 용서는 대한민국 구성원들이 명심해야 할 대목 아닐까 싶다. 평안과 희망 대신 경멸과 반목으로 맞아야 하는 세밑. 우울하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