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구 한중미디어연구소 이사장 “中, 외국프로 제한 한류 급랭 우려”
입력 2013-12-27 01:36
“박근혜 정부와 중국 시진핑 정부는 지난 3월 같이 출범했어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점에서 같았죠. 그런데 미디어정책에서만큼은 중국을 못 따라갔다고 봐요. 중국은 조직개편을 통해 ‘신문출판라디오영화TV부’라는 긴 이름의 부처를 출범시킵니다. 반면 우리는 지상파 등은 방송통신위원회, 케이블TV 등은 미래창조과학부, 신문·출판·영화는 문화체육관광부로 나누고 말았죠. 세계적 추세가 융합으로 가고 있는데 말이죠.”
26일 ‘한중미디어연구소’를 공식 발족한 조재구(61·사진) 이사장은 우리의 미디어정책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 근시안적이라고 말했다. 정책이 따로 놀면 당연히 일관성이 없어지고 부처 이기주의에 빠져 좋은 미디어환경이 조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
“미디어정책의 핵심은 ‘신문과 출판’에 있어요. 거기서 콘텐츠가 나오거든요. 한데 엇박자 나는 조직이 되어버리면 신문과 출판은 당연히 올드 미디어로 치부해 버린다는 겁니다. 창조경제의 원천이 거긴 데도요.”
조 이사장은 한중 미디어 관계에서 소탐대실의 정부정책을 지적했다. 중국 당국이 ‘2014년 종합채널 프로그램 편성 지침’을 통해 새해 1일부터 지방 31개 위성방송에 외국프로그램을 매년 1개를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한 것.
“우리로선 엄청난 충격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아무도 대응을 못해요. ‘한류금지’나 다름없는 정책이죠. 중국 매체는 기본적으로 국가관리입니다. 우리 정부가 나서 국가 간 협상 또는 우호 모드를 이뤘어야죠. 예를 들어 지상파가 좋은 시간대에 중국 프로그램을 하나만 방영했어도 중국 정부에 양해가 됐겠죠.”
그는 한류 콘텐츠 판권 팔아 몇 억 달러 버는 것에 급급해 수십조의 경제효과를 낳는 중국으로의 한류 진출을 스스로 막았다고 말한다. 지난 6월 박 대통령 중국 방문 때 한중 문화교류 차원에서 프로그램 교차 방영 등을 제안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는 것. “이 역시 실무자들이 중국 미디어를 이해 못한데서 온 준비부족”이라고 질타했다.
“중국 40대 이하 젊은층에게 박 대통령 인기는 실감날 정도입니다. 유교권 국가에서 여성이 대통령이란 사실이 그들에게 충격적이죠. 박대통령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 보다 ‘여성대통령’이란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앞선 한류’의 느낌을 박 대통령이 확인시켜 준 거죠. 그런데 우리 매체 정책이 ‘상업 매체’ 마인드로 일관하는 거죠. 상대를 이해하고 주고받으려 하지 않아요.”
조 이사장은 중화TV 대표, CJ헬로비전 대표 등을 지낸 후 지난해 중국인민대학 신문학원(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기구법제분과 위원장을 거쳐 현재는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신문잡지 심의위원이다. 연구소는 앞으로 포럼, 산학협력, 중국매체연감발행 등에 주력한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