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배신한 오바마?… 美 흑인사회 ‘공공의 적’ 2명 연방판사 지명 파장
입력 2013-12-27 01:3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흑인사회에서 반대해온 연방법원 판사를 지명해 정치권·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사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워싱턴타임스 등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과 합의 하에 마이클 보그스 조지아주 항소법원 판사와 마이크 코언 변호사 등 6명을 연방법원 판사에 지명하기로 했다. 문제는 보그스 판사와 코언 변호사가 흑인사회에서 ‘공공의 적’으로 꼽히는 인물이어서 반대가 거세다는 점이다.
보그스 판사는 2001년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시절 조지아주의 국기에서 남부군의 문양을 없애는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전력이 있다. 코언 변호사는 소수인종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조지아주 투표권법 재판에서 공화당 측 변호사로 활동했다. 흑인들에게 눈엣가시 같은 인물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낙점을 받은 셈이다.
흑인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우려 표명에서 시작해 백악관이 꿈쩍하지 않자 성토 집회까지 여는 등 여론이 악화일로다.
지난 23일에는 조지아주 애틀랜타 소재 에버니저침례교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성토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곳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시무했던 교회로 흑인사회가 결집에 나선 것이다. 흑인인 존 루이스(조지아주) 연방 하원의원과 조지프 라우어리, C T 비비안 원로목사가 참석해 무게감을 더했다. 루이스 하원의원은 킹 목사와 함께 1950∼60년대 흑인 민권투쟁을 이끈 지도자 6명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다.
루이스 하원의원은 “지역사회와 흑인들의 깊은 우려 표명에도 아무런 논의 없이 지명이 이뤄졌다”며 “오바마 대통령은 당장 보그스 판사와 코엔 변호사에 대한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지아주 출신의 민주당 데이비드 스콧 하원의원도 “흑인인 대통령이 흑인 억압법의 설계자를 지명한 것은 끔찍한 실수”라며 “킹 목사가 이를 봤다면 개탄할 노릇”이라고 가세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연방판사 지명을 철회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흑인사회의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CNN은 보도했다. 또 지명과정에서 백악관이 공화당과 사전 협의까지 거쳤기 때문에 이번 인준안이 상원을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고 전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