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 비리 스캔들… 터키 부총리·장관 9명 경질
입력 2013-12-27 01:31
장관 아들을 비롯한 주요 인사 수십명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는 등 대형 비리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터키에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터키 정부는 부총리와 장관 9명에 대한 전격 교체를 단행했고, 시민 수천명이 이번 사태를 규탄하며 거리로 몰려나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25일 밤(현지시간) 압둘라 귤 대통령과 회동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베키르 보즈다 부총리와 장관 9명을 교체한다고 밝힌 것으로 로이터가 보도했다. 교체 명단엔 발표 몇 시간 전 사퇴 의사를 밝힌 자페르 차을라얀 경제장관, 무아메르 귤레르 내무장관, 에르도안 바이락타르 환경장관을 비롯해 유럽연합(EU) 담당, 법무, 교통, 가족, 체육, 산업장관과 부총리가 포함됐다. 에르도안 총리는 “일부는 비리 스캔들과 연관돼 있고, 나머지는 내년 3월 지방선거 출마로 사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에서 에르도안 총리는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측근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새 내무장관에 에프칸 알라 총리실 차관을 임명했고, 그동안 국회 관련 업무를 맡아온 보즈다 부총리를 법무장관에 앉혔다.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의 핵심 의원들을 부총리, 경제, 환경, EU 담당 장관 등에 임명했다.
당초 에르도안 총리는 이번 검·경 수사가 이슬람 성직자 페툴라 궐렌의 배후 조작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부패 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여론도 등을 돌리고 있다. 비리 스캔들에 분개한 시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이날 이스탄불의 카디코이 광장에는 5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몰려 반정부 시위를 벌였고, 총리 사무실이 있는 베식타스에도 1000명 이상의 시위대가 집결했다. 이들은 “부패는 도처에 있고 저항도 도처에 있다”는 구호를 외치며 에르도안 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다. 바이락타르 장관은 아들이 건설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에 대해 “에르도안 총리가 지시한 것”이라며 “총리도 함께 물러나야 한다”고 현지 방송사 NTV에 주장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도 시위를 촉구하는 글들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터키 정국이 혼란을 겪자 터키 외환 시장도 출렁거렸다. 26일 터키 통화 리라화는 달러당 2.08리라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고 이스탄불 증시의 대표지수인 BIST100도 전날보다 4.20% 폭락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지난 23일 리라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 30억 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다음달 30억 달러를 추가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