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 평가 고민”… 시진핑, 어정쩡한 거리두기
입력 2013-12-27 02:29
마오쩌둥(毛澤東) 탄생 120주년 기념일인 26일 오전 ‘마오주석기념당’이 위치한 중국 베이징 천안문(天安門) 광장. 경찰은 지하 차도를 포함해 광장으로 연결되는 모든 통로를 막아 놓은 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줄을 세운 뒤 소지품과 신분증을 검사하고 있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포함한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전원은 오전 9시 마오주석기념당 내 북대청(北大廳)을 찾아 마오쩌둥 좌상 앞에서 세 번 절했다. 이를 전후한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는 아예 일반 참배객을 받지 않았다. 경찰은 광장 부근 지하철역 출입구 일부도 막아버렸다. ‘천안문 앞 차량 테러사건’ 이후 경비가 한층 강화된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시 주석은 이어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념 좌담회에서 “마오 동지를 비롯한 혁명 원로들은 중화민족 발전 시기의 위대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마오쩌둥을 기리는 자리인 만큼 당연한 표현이었다. 앞서 25일 밤에는 인민대회당 뒤쪽에 있는 국가대극원에서 열린 기념 음악회에 시 주석 등 당 지도부가 일제히 참가했다. 마오기념당 참배를 포함한 이러한 일정은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시기인 2003년 110주년, 장쩌민(江澤民) 주석 때인 1993년 100주년 당시와 다름이 없다.
그러나 후 주석과 장 주석이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르자마자 후난(湖南)성 샹탄(湘潭)현 샤오산(韶山)의 마오쩌둥 고향을 찾아 참배했던 데 비해 시 주석은 지난달 초 후난성 현지 시찰에 나섰으면서도 샤오산에는 가지 않았다.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은 이를 ‘마오쩌둥과 어정쩡한 거리두기’로 해석했다.
“성대하고 엄숙하게, 그러나 간소하고 실속 있게!”
시 주석은 후난성 방문 당시 마오 탄생 120주년 기념 활동과 관련해 이러한 기준을 제시했다. 그가 한 말은 ‘융중(隆重), 간박(簡朴), 무실(務實)’이었다. 중국 언론은 이를 ‘6글자 요구’라고 부르고 있다.
마오 고향 샤오산에서만 예산 20억 위안(약 3480억원)을 책정하는 등 기념행사가 호화롭게 진행될 조짐을 보이자 제동을 건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행사 규모는 2003년 110주년 때와 비슷해졌다. 육십갑자가 두 번이나 지나간 120주년인 만큼 10년 전보다 더 성대하게 행사를 치르는 게 중국인 정서에 더 맞겠지만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고민이 담겨 있다. 마오쩌둥을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못한 채 다만 그를 ‘신중국’의 구심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마오쩌둥 지지자는 곧 보시라이 추종자’라는 사실도 발목을 잡는다. 베이징의 정치분석가 가오위(高瑜)는 이에 대해 “사람들은 마오쩌둥을 기념할 때 (같은 좌파인) 보시라이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 주석은 올 한해 군중노선 교육실천활동을 주제로 한 민주생활회를 통해 당원들에게 ‘자아비판’을 하도록 하는 등 마오쩌둥식 좌파적 수단을 동원하기도 했다. 당은 마오쩌둥이 주도한 문화대혁명에 대해서는 1981년 11기 6중전회에서 “문화대혁명은 영도자가 잘못 시작하고 반혁명집단이 이를 이용했던 당과 국가 및 인민들에게 심각한 재난을 가져다 준 내란”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마오 탄생 120주년을 맞아 중국 네티즌들은 이를 성탄절에 빗대 ‘모탄절(毛誕節)’로 부르지만 중국공산당은 마오를 어떻게 자리매김할지 여전히 고심하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