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희성] 행복의 비결

입력 2013-12-27 01:48


“요즘은 죽지 못해 사는 것이 잘 사는 거라던데? 그렇담 나도 잘 지낸다.”

연말용 안부 인사를 돌리다가 한 친구의 대답에 가슴이 탁 막혔다. 자타가 공인하는 고소득 전문직의 엘리트 인생을 살아온 그녀가 왜? 배부른 투정 한다는 나의 타박에 친구는 그저 허허 웃고 만다. 은행 귀빈실의 단골손님인 친구, 대기업 과장님, 국비 장학생으로 좋은 학교에 유학 간 대학원 동기…. 그러고 보니 누구에게서도 잘 산다, 행복하다는 말을 들을 수가 없다.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인간의 모든 감정’이란 책을 보면 ‘행복이란 주관적 안녕감’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안녕이란 평안하다는 의미인데, 직장, 건강, 가족 등 자기 삶에 대한 만족도가 중요하다고 한다. 물론 슬프고 괴로운 사람이 자기 인생에 만족할 리는 없고, 만족감에는 기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행복이란 ‘만족과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라는 것이다.

리서치 회사에 다니는 친구의 농담이 생각났다. “뭐든 좋으니 제목에 ‘행복’이 들어가는 책을 번역해봐.” 기본 판매량을 장담한다면서 우리 사회 행복갈망지수가 역대 최고라나 뭐라나. 그러고 보니 올해 최고 베스트셀러 ‘꾸뻬 씨의 행복여행’도 행복의 방법론을 쓴 글이 아니던가. 행복하지 않아서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이 많기는 많은 모양이다.

잿더미에서 일궈낸 1인 소득 2만불의 기적의 나라이건만 우리 마음은 여전히 잿더미 속에 있는 듯하다. 자살률 1위. 국민행복지수 낙제점.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그렇게 더 높은 자리, 더 많은 부와 권리, 더 큰 성공의 내일만을 바라보며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할 때 행복하다 노래를 부르는 한 친구가 있다. 그를 보아온 30여년 동안 결코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고 싱글맘으로 사는 지금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는 것이 즐거운 사람. 왜일까?

그의 행복은 오늘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아들과 친구들, 자신의 일터. 완벽하지는 않지만 만족스러운, 감사할 만한 하루. 그래서 그의 오늘은 꽤 행복하단다.

“인간의 마음은 늘 행복을 찾아 과거나 미래로 달려간다. 그래서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여긴다.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현재의 선택이다.” 꾸뻬 씨의 말이다.

오늘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하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잊고 있던, 우리도 할 수 있는 행복의 비결이 아닐까?

김희성(일본어 통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