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은 뛰는데 장관이 안 보이는 이유는

입력 2013-12-27 01:48

철도파업 주무부처 장관 제대로 일하는 건가

철도노조의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철도의 경쟁체제 도입을 추진하려는 정부는 노조가 깔아놓은 ‘민영화’ 프레임을 효과적으로 깨뜨리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국무총리 등이 정부의 철도산업 개혁이 민영화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지만 여론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장관들의 직무유기 또는 무능력 탓이 크다고 본다. 주무부처 장관들까지도 지금까지 노조 측을 만나 설득하거나 파업 현장을 찾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급기야 각 부처 장관들이 철도파업 문제를 코레일과 경찰만의 문제인양 남의 일 보듯 하고 있다는 질책을 김기춘 비서실장을 통해 내각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무부처 장관들은 이번 철도파업에 대해 지나치게 안일하게 대응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직접 노조 집행부를 만나 설득하는 기회는 갖지 못했다. 아마 했어도 내 말을 듣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해 여야 모두로부터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다른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철도산업 개혁 필요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와 노조 설득에 소홀했다.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 방안에 대한 공청회 개최 등 노조와 시민사회단체의 공론화 요구에 대해서는 “이명박정부 때 이미 다 논의했던 것”이라고 일축했다. 심지어 국토부 내부에서는 “파업은 코레일 노사 간의 문제이니 간섭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미숙한 정부 대응에 대한 질타는 여당인 새누리당 안에서도 나왔다. 각 부처 장관들은 국회에 출석해 답변하는 과정에서 현황과 대책은 물론 기초적인 통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새누리당은 ‘민영화’ 괴담을 반박할 수 있는 정확한 데이터를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전혀 받지 못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수서발 KTX 운영 회사가 생기면 요금이 얼마나 되는지, 철도공사 부채를 몇 년 안에 얼마로 줄일 수 있는지 등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뛰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홍원 총리가 24일 대국민 홍보를 강화할 것을 지시한데 이어 국토부는 코레일의 복마전식 부실 경영실태, 철도노조의 조직 이기주의, 노사 간 담합 등에 관한 참고자료를 내기 시작했다. 왜 진작 할 수 있는 일을 안 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마도 담당 공무원들은 다 아는 당연한 내용이어서 여론은 국토부 편일 것이라고 보고,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도 곧 굴복할 것이라고 안이하게 판단했을 것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내년 초 개각 필요성도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평가 작업도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철도산업은 공공부문 개혁의 첫 시험대다. 당장은 현재 내각이 심기일전해서 철도파업을 끝내고 철도산업 개혁을 관철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대통령이 쓴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장관들이 적극적으로 일을 하지 않게 된 것이 아닌지도 점검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