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가 외면할 때 300명 아기 받아준 베이비박스
입력 2013-12-27 01:27
지난해 8월 입양특례법 시행 후 버려지는 아기들이 늘고 있다. 1년 4개월이 넘도록 이 법을 둘러싼 논란만 무성할 뿐 지금까지 이렇다할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09년 12월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처음 설치된 베이비박스에는 그동안 300여명의 아기들이 버려졌다. 베이비박스마저 없었다면 그 아기들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런데 정부당국은 베이비박스가 입양특례법의 당초 입법취지를 왜곡한다면서 오히려 교회 측에 철거를 종용해 오고 있다고 한다. 교회가 난색을 표하자 기존의 인건비 및 생활비 등 작은 지원마저 끊어버렸다. 베이비박스는 헌금과 기부금으로 어렵게 운영되고 있다. 정부당국이 이렇게 행정편의로 처리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당초 입양특례법은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특례법은 시·군·구 입양신고제를 가정법원 허가제로 바꾸고, 입양신고 시 출생신고를 의무화했으며 출생 후 7일 지나야 입양동의 효력을 인정하는 입양숙려제를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친부모 파악이 쉽고 무분별한 영아 유기를 막는 등 법적 효과가 매우 크다고 보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너무 많다. 10대 미혼 부모가 신분노출을 꺼리는 데다 입양절차상 법원 허가를 받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이미 법 재개정 청원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국민권익위원회에도 민원이 끊임없이 접수되고 있다. 다행히 서울시 아동복지센터가 내년부터 베이비박스의 아기들을 일시 돌보는 외부 보육인력을 임시 투입하기로 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예산도 올해 270만원에서 1620만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보육 및 관리 인력이 턱없이 적고 전문성도 높지 않다. 생후 1개월 미만 아기들은 자칫 소홀하면 위험에 처할 수 있어 안전사고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입법 취지가 좋아도 부작용이 크다면 법 재개정이 검토돼야 한다. 정부차원의 구호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축복도 받지 못하고 태어난 갓난아기들을 어른들이 이렇게 무관심 속에 방치해서 될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