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야스쿠니 참배] 韓·中 관계보다 ‘떠나려는 보수층’ 붙잡기가 급했다

입력 2013-12-27 03:29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정권 출범 1년을 맞은 26일 야스쿠니 신사에 전격 참배한 것은 지지 기반인 보수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또 출범 1년이 되도록 중국과 한국에 지속적인 유화 제스처를 보냈지만 일정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하락 조짐에 보수층 끌어안기=아베 총리는 1차 내각 재임 당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지 않은 것을 통한이라고 말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력히 시사했었다. 보수층의 견고한 지지를 바탕으로 아베 내각은 출범 후 줄곧 60∼70%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7월 참의원 선거를 고려해 4월 야스쿠니 춘계 예대제에 참배하지 않았다. 이후에는 중국,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패전일(8월 15일), 추계 예대제 등에도 참배 대신 공물 봉납으로 대신했다.

중의원과 참의원을 장악한 아베 총리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 6일 야당과 시민단체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특정비밀보호법을 강행 처리했다. 이에 따른 후폭풍으로 지지율은 급락세를 보였다. 정권 출범 후 처음으로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아베 정권의 힘을 앞세운 법 제정에 ‘민심이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자신을 지지하는 보수층 결집을 위해 참배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총재특별보좌는 “총리가 반드시 참배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특히 아베 총리가 중의원과 참의원 압승을 배경으로 최소 2016년까지 임기가 보장됐다는 점도 이번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참배에 대한 국내외 충격이 최소화될 것이라는 자신감에서다. 내년 초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 등에서도 보수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면 돌파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중과의 관계개선 난망도 영향=당분간 개선 전망이 보이지 않는 한·중과의 관계도 야스쿠니 참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취임 후 아소 다로 부총리를 한국에 보내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타진하는 등 꾸준히 관계개선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역사인식 차이와 독도 문제를 둘러싼 지속적인 갈등으로 한·일 간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중국 역시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첨예한 입장차로 1972년 수교 이후 최악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중국 포위 전략을 사용하며 필리핀 등과 유대를 강화해 중국을 자극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이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종원 와세다대 교수는 “한국과 중국이 반발해 지역에 긴장이 고조되면 집단적 자위권과 개헌 문제 등 우파적 현안을 추진하는 데 순풍으로 작용할 수 있는 측면을 의식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국과의 동맹 강화 역시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미국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실망’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중국과 한국을 달랬다. 하지만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과 집단적 자위권 문제 등에서는 여전히 찰떡 공조를 과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협조가 필요한 미국의 상황을 이용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감행해도 미국이 어느 정도 용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아베 총리가 이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