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야스쿠니 참배] 아베 “한국·중국 사람들 감정 상하게 할 생각 없다” 궤변

입력 2013-12-27 02:37

26일 오전 11시22분 관저를 출발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8분 뒤인 11시30분 도쿄 중심부 지요다구의 야스쿠니 신사에 도착했다. 검은색 턱시도와 흰색 와이셔츠, 회색 넥타이 차림으로 관용차량 뒷좌석에서 내렸다. 마중 나온 신사 관계자와 간단히 인사한 그는 입을 꾹 다물고 신사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본전에 오른 아베 총리는 방명록에 ‘내각 총리대신 아베 신조’라고 서명하고 사비로 헌화 비용을 냈다. 아베 총리는 신사 경내 진레이샤(鎭靈社)에도 참배했다. 진레이샤는 전란으로 숨졌지만 야스쿠니 신사 본전에 합사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1965년 세워진 곳이다.

아베 총리는 참배 후 기자들에게 “두 번 다시 전쟁의 참화로 인한 고통이 없는 시대를 만들자는 결의를 담아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새롭게 했다”며 “중국이나 한국 사람들의 감정을 상하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참배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일본 내부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참배 소식을 일제히 보도하며 주변국과의 외교 문제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참배에 대한 주변국들의 반발이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주변국과 외교 마찰을 빚지 않기 위해 신사 참배를 하지 않았었는데 이번 참배로 주변국에 불신감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참배에 대해 신중한 대응을 요구했던 미국과의 관계에도 심각한 영항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아사히신문은 주변 비판에도 소신을 밀어붙이는 ‘아베 색’이 더 강해졌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 역시 “한국,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며 미·일 관계에도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시이 가즈오 일본 공산당 위원장은 “일본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입장을 세계에 선언한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아베 총리를 비난했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더 참배를 미룰 경우 자신의 지지 기반인 보수층의 실망을 자초해 정권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참배를 단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