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실탄’ 논란 한빛부대… 정부, 파병 연장시 ‘안전 문제’ 소홀했다

입력 2013-12-27 02:45

정부가 남수단 국군 한빛부대 파병 연장을 추진하면서 파병 지역의 종족 갈등 조짐, 분쟁 가능성 등을 내다보지 못한 채 긍정적인 평가만 내놓아 현지 조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역시 정부가 제출한 한빛부대 파병 연장 동의안을 심사하면서 부대원의 안전 문제 등을 꼼꼼히 따지지 않은 채 안이하게 안건을 처리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부실한 현지조사, 형식적인 보고=외교부 국제기구협력관을 단장으로 국방부, 외교부, 합동참모본부 관계자 등 8명으로 구성된 ‘한빛부대 정부 성과 평가단’은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남수단 현지에서 조사활동을 벌였다. 정부는 조사 활동을 토대로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한빛부대가 도로 보수 등 임무의 충실한 수행으로 남수단 재건에 기여했고 현지 주민 대상 의료진료, 고아원 지원 등으로 친화적인 작전 환경조성 및 우리 군에 대한 우호적 이미지를 제고했다”고 주요 성과를 소개했다.

하지만 한빛부대 안전과 관련해서는 부대 주둔지인 보르(종글레이주 수도) 지역은 주내 여타 지역에 비해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하면서 반군세력 약화 등 전반적인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한빛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유엔기지에 남수단 정부군이 쏜 두발의 박격포탄이 떨어져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또 한빛부대는 정세 악화, 테러 가능성 등에 대비해 보다 증강된 개인 및 부대 방호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한빛부대는 지난 22일 취약한 방호력을 보강하기 위해 일본 육상자위대에 실탄 1만발을 빌려 써야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정부가 제출한 활동보고서가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개괄적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추가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국회도 대충 심사=국회는 지난 19일 본회의에서 국민의 생명이 달린 한빛부대 파견 연장 동의안을 다루면서 심도 있는 논의는커녕 찬반 토론도 없이 안건을 쉽게 통과시켰다. 26일 본회의에서도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해역 파견, 아랍에미리트연합(UAE)군 교육훈련 지원 파견, 아프가니스탄 파견연장 동의안을 일사천리로 원안 의결했다. 유일하게 반대토론에 나선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파병 연장 동의안을 통과시킨 남수단의 경우 교전이 진행 중인 곳이어서 평화재건이라는 파병논리가 성립할 수 없다”며 “오늘 동의안이 올라온 3곳도 파병을 연장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 내에서도 막상 남수단에서 정부군과 반군 간에 교전이 격화되는 등 사태가 악화되자 외교부와 국방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유엔 평화유지군(PKO)으로 해외에 파병하는 경우 현지 부대상황 파악은 국방부가 하고, 국회 파병 동의안 제출은 외교부가 하는 등 업무가 이원화돼 있는 것도 시스템의 한계로 지적된다.

김재중 권지혜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