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 19일째] 대화 물꼬는 텄는데… 勞使 입장 차 커 합의까진 먼 길

입력 2013-12-27 03:41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사가 26일 협상을 재개함에 따라 18일째를 맞은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이 전환점을 맞았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국민적 우려에 공감해 대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정부는 좀 늦더라도 올바르게 갈 것”이라고 공언한 데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둘러싼 입장차도 커 낙관하긴 이르다.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철회 및 면허 발급 중단 등 기존 5대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 오후 4시15분에 시작된 실무교섭은 자정까지 마라톤협상으로 이어졌지만 이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이날 오후 조계사 방문 전까지 철도노조의 대화 요구에 “파업 해제가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또한 지난 9일 파업 돌입 이후 대규모 직위해제 등 잇단 강공책을 내놨지만 최장기 철도 파업은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철도노조 역시 2009년에 기록했던 최장 파업(8일)을 훌쩍 넘겨 파업 동력을 이어가기 힘들다. 파업 장기화로 ‘철도 민영화 반대’ 공감 여론이 줄어드는 대신 열차 운행률 저하에 따른 반대 여론이 증가할 우려도 있다. 이번 주말부터 KTX 운행률이 필수유지 규모인 50%대로 떨어진다. 코레일이 660명에 이르는 기간제 인력 채용을 공고한 것도 압박으로 작용한 듯하다.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파업 종료까지 갈 길은 멀다. 현 부총리는 “이번에는 꼭 국민 눈높이에 맞는 원칙과 상식을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면 미래는 없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강경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얘기다. 코레일도 실무교섭이라는 용어 대신 ‘실무현안 협의’라고 규정하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측 입장에선 철도노조 주장이 불법인 만큼 교섭이 아닌 의견을 듣는 협의라는 것이다. 철도노조를 향해 ‘고용세습’ ‘철밥통’이라고 격한 비판도 내놨다.

이에 따라 업무 복귀를 종용하는 코레일과 확실한 민영화 방지책을 주문하는 노조가 다시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있다. 철도노조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그간 코레일 경영진이 수서발 KTX 분리 등 철도 민영화 문제를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으로 교섭을 회피해왔기 때문에 이번 만남이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요식적 방문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노사가 머리를 맞댔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김학린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는 “파업이 길어지면서 노사 간 문제에서 전사회적인 이슈로 커지며 복잡해졌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선 당사자 간 대화가 필수”라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