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아베 ‘우경화 가속’… 야스쿠니 신사 전격 참배
입력 2013-12-27 02:43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와 우려에도 아랑곳없이 26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전격 참배했다. 집권 1년 만에 강행한 아베 총리의 참배 행보로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냉각국면이 지속돼온 한·일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중국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집단적 자위권, 방공식별구역 문제 등으로 가뜩이나 불안정한 동북아시아 정세 역시 ‘시계(視界) 제로’ 상황에 직면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정권 출범 1주년을 맞은 이날 오전 11시30분 도쿄 지요다구의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현직 일본 총리가 참배한 것은 2006년 8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이후 7년4개월 만이다.
아베 총리는 참배 후 “일본을 위해 귀중한 생명을 희생한 영령에게 존숭(尊崇)의 뜻을 표했다”며 “중국과 한국민의 기분을 상하게 할 의도는 털끝만큼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듯 “두번 다시 전쟁의 참화에 의해 사람들이 고통받지 않는 시대를 만든다는 서약을 전하기 위해 참배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직접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력히 대응했다. 일본 고위 인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우리 정부 장관이 직접 나선 것은 처음이다. 유 장관은 “아베 총리가 일본의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범들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데 대해 정부는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야스쿠니 신사는 용서받을 수 없는 전쟁범죄자들을 합사한 반역사적 시설물”이라며 “신사 참배는 아베 총리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한·일 관계는 물론 동북아의 안정과 협력을 근본부터 훼손시키는 시대착오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정부는 특히 이병기 주일대사 소환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현 외교부 1차관은 대사대리인 구라이 다카시(倉井高志)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강력 항의했다.
미국과 중국도 일본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 및 기타 전쟁 피해를 입은 국가 인민의 감정을 거칠게 짓밟고 역사 정의와 인류 양식에 도전하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시하며 엄중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주일 대사관의 성명을 통해 “아베 총리가 이웃 국가들과의 긴장관계를 악화시키는 행동을 한 데 대해 실망했다”고 밝혔다.
남혁상 이제훈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