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야스쿠니 참배] 뒤통수 친 아베에 장관이 직접 성명… ‘엄중한 상황’ 인식
입력 2013-12-27 03:35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26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사실상 ‘도발’ 수준으로 규정하고 역대 최고 수준의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일본 정부 고위 인사의 신사 참배에 사상 처음으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정부 대변인)이 직접 나서서 성명을 발표하고, 성명 문구가 강도 높게 나온 것은 그만큼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 역대 최고 수준 강경 대응=청와대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예정 소식이 전해질 무렵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소집했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유관부처 장차관들이 참석한 회의는 당초 대북 상황 및 한빛부대 상황 점검이 주된 의제였으나 참배에 대한 대응, 향후 대일외교 정책방향 등을 논의하는 자리로 바뀌었다.
정부 성명 발표 주체와 문구 수준도 이 자리에서 상당 부분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장관이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직접 대일 성명을 발표한 것도 처음이다. 유 장관은 강한 톤으로 “아베 총리가 소위 ‘적극적 평화주의’란 이름 아래 국제사회에 기여하겠다고는 하지만 잘못된 역사관을 갖고 평화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이병기 주일대사 소환을 검토 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관계자는 “추가적 조치는 상황을 봐가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해 이 대사 소환 조치 역시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 안팎에선 불쾌감을 넘어 분노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해도 너무 한다”며 “일본이 정상회담을 희망한다고 해놓고 신사 참배를 하는 것은 뒤통수를 치는 격”이라고 말했다. 김규현 외교부 1차관도 주한 대사대리인 구라이 다카시(倉井高志)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이번 참배로 비롯된 어떤 결과도 모든 책임은 일본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아베 직접 겨냥해 강도 높은 비난=정부 성명에는 특히 ‘개탄’ ‘분노’ ‘수탈통치’ 등 그동안 정부 성명에서 보기 어려운 강도 높은 표현들이 대거 포함됐다. 아베 총리를 직접 겨냥해 ‘그의 잘못된 역사인식’ ‘시대착오적 행위’라고 명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성명에 ‘동아시아를 전쟁 참화로 몰고 간 도조 히데키’ ‘우리 민족에게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피해를 안긴 고이소 구니아키’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 역시 눈에 띄는 대목이다. 정부가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때 “실망스럽다”고 밝힌 외교부 대변인 성명보다 훨씬 강도 높은 대응이다.
정부는 최근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점을 주시하며 외교 경로로 구체적 사실을 파악하던 중 참배 1시간쯤 전 외교 경로를 통해 참배 계획을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정부는 주한 일본대사관 측에 “가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이미 다 정해놓고 알리는 것인데 (우리 경고를) 받아들였겠느냐”고 비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