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야스쿠니 참배] 中 “역사정의에 도전” 맹비난… 美 “주변국 긴장 야기, 실망”
입력 2013-12-27 03:33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아스쿠니 신사 참배에 중국은 “역사정의와 인류양식에 공공연히 도전하는 행위로 강력한 분노를 표시한다”고 성토했다. 또 주중 일본대사를 즉각 초치해 항의했다. 한·일 간의 과거사 갈등을 어떤 식으로든 봉합, 한·미·일 3각 군사협력 체제를 구축하려던 미국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 외교부 친강 대변인은 외교부 홈페이지에 발표한 담화를 통해 “아베 총리가 중국의 결연한 반대에도 거리낌없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며 “군국주의를 앞세운 대외 침략과 식민통치의 역사를 미화하고 국제사회가 일본에 내린 정의의 심판을 뒤집으려는 시도”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지난해 일본이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사들이는 웃기는 짓을 한 후 중·일 관계는 심각한 난국에 빠졌다”며 “이런 상황에 일본 영도자가 신중히 행동하기는커녕 한술 더 떠 역사 문제에 심각한 사단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친 대변인은 “양국관계 악화 등 앞으로 초래될 모든 결과에 대해 일본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일 중국대사관은 이날 예정된 일본 환경성 회의를 거부했다. 중국의 대기오염 대책 논의를 위해 환경성이 마련한 회의에 중국 공사참사관과 서기관이 참석하기로 했는데 회의 직전 불참을 통보했다. 교도통신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항의 표시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성탄절 휴일 와중이어서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을 담은 짤막한 성명을 내놨다. 미국은 성명에서 “주변국 간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일본 내각의 야스쿠니 참배에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간략한 유감표명 수준이어서 수위가 약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적잖이 당황했을 거란 분석이 많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이달 초 일본 방문 때 일본이 과거사 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독려했고,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10월 야스쿠니 참배 자제를 촉구한 바 있다. 아베 총리가 참배할 경우 한국, 중국의 반발이 거세져 미국이 동북아 안보를 조정하는 데 악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아베 정권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도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소식을 긴급 타전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