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론 보증비율 ‘고무줄’… 오락가락 금융위
입력 2013-12-27 01:44
금융당국이 지난해 상향조정한 햇살론의 보증비율을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우려를 이유로 1년 반 만에 다시 내리기로 했다. 하지만 도덕적 해이는 보증비율을 올릴 때부터 예견된 것이어서 이번 대책이 타이밍을 놓친 데다 정책 일관성도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국은 내년 1월부터 서민금융지원 상품의 최고금리를 연 12% 이하로 통일시키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서민금융제도 개선 추진’ 자료에서 현재 95%인 햇살론 보증비율을 내년부터 근로자에 대해 90%로 5% 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높은 보증비율 적용이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이번 조치 배경으로 꼽았다. 하지만 지난해 7월에는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햇살론 보증비율을 기존의 85%에서 95%로 높인 바 있다. 햇살론이란 대부업 등에서 30∼40%대 고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저신용·저소득층에게 10%대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햇살론은 지난해 6109억원에서 올해에는 11월까지 1조7830억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금융위는 햇살론 보증비율 상향 조치 당시 공급규모를 연 5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는데 이미 이를 두 배 이상 초과했다. 당국은 햇살론 급증세에 상호금융기관들이 높은 수준의 정부 보증을 믿고 햇살론을 마구 늘리는 심리가 있다고 보고 이에 대비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보증비율 상향 조정에 따른 모럴해저드 우려는 일찌감치 나왔다는 점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지난해 7월 보증비율 상향조정 당시부터 문제점을 지적했다. 금융연구원 이시연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정부의 보증비율이 높을수록 금융사들은 대출 심사나 사후관리를 할 필요성이 떨어진다”며 제도개선을 주문했다. 결국 당국이 공급규모 확대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된 뒤에야 대처에 나선 셈이다. 또 햇살론 규모에 따라 보증비율을 수시로 조정함으로써 정책 일관성과 예측성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형주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햇살론 개시 초기 공급목표가 1년간 2조원이었으나 턱없이 못 미쳐 보증비율을 올린 것”이라며 “이번 발표는 모럴해저드에 대비하는 선제조치”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위는 내년부터 햇살론, 새희망홀씨, 바꿔드림론 등 서민금융상품의 이자율과 지원기준 등을 통일시켜 수요자 불편을 줄이기로 했다. 이자율은 세 상품 모두 연 12% 이하이며 지원대상의 연소득과 등급 기준은 각각 3000만원 이하, 6∼10등급으로 통일됐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