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런던에서 뉴욕까지 도보여행을 떠나다
입력 2013-12-27 02:25
사이코 지오그래피/윌 셀프 지음·랠프 스테드먼 그림 (21세기북스·3만원)
영국계 미국인으로 풍자적이고 환상적인 소설로 유명한 저자 윌 셀프는 심리지리학자라는 독특한 직함을 갖고 있다. 심리지리학(사이코지오그래피·psychogeography)은 장소, 기억, 정체성의 상호작용을 탐험하는 새로운 학문으로 저자는 그의 마음에 존재하는 두 곳, 즉 자신의 고향인 런던과 어머니의 고향인 뉴욕을 연결시키기 위해 도보여행을 떠난다. 그는 자신이 사는 사우스 런던에서 히드로 공항까지 걷다가 비행기를 타고 뉴욕 JFK공항에 도착한 다음 맨해튼까지 걸어간다.
저자는 풍부한 상상과 날카로운 촉수를 내밀어 길에서 만나는 건물, 풍경, 사람들이 자신의 심리에 미친 영향에 대해 분석한다. 발걸음이 닿는 곳의 독특함에 취하고 지리가 감정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며 자신의 기억과 꿈으로 자유롭게 들락날락한다. 그리고 도시의 껍데기에 대해 신랄하게 풍자한다.
번뜩이는 상상으로 가득 찬 일러스트를 그린 랠프 스테드먼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삽화가이자 캐리커처 작가. 그의 거칠고도 자유로운 느낌의 일러스트가 윌 셀프의 냉소적이고 풍자적인 통찰과 어우러져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 책의 토대는 ‘뉴욕까지 걸어가기’이고 나머지 대부분 글들은 ‘인디펜던트’지에 실린 맛깔스런 칼럼을 엮었다. 박지훈 옮김.
박강섭 기자